북한의 기근에서 비롯된 탈북 현상은, 정점에 이르렀던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지금까지도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년 사이, 중국으로 건너와 생존을 위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온 탈북자들 가운데, 다수가 여성이며 이들 중 상당 수가 초기에 인신매매를 거쳐 중국(특히 동북 3성지역) 농촌 지역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탈북자들 중 일부가 한국에 입국해 새로운 삶을 찾은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많은 수의 탈북자 특히 여성들이 여러가지 이유들 - 현지에서 출산한 자식, 북한의 가족과의 연계 등 - 로 현지에서의 정착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이처럼 현지 정착을 목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재중 탈북여성들의 존재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며, 이들의 현지 정착에 필요한 법적, 사회적, 경제적 지원 역시 거의 없었다. 한국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탈북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이처럼 장기간 중국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는 탈북여성들이라는 점만 보아도, 이들의 중국 현지정착 과정과 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중국 현지 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있어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중국과 한국의 여성 관련 단체/기관들이 특히 사실혼 관계로 중국에서 장기체류하고 있는 탈북여성들의 지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서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검토하는 최초의 학술적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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