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우리나라 여성정책의 태동과 성장, 전환을 함께해 온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개원 40주년을 맞았습니다.

우리나라 여성정책이 ‘부녀행정’에서 ‘여성정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던 시점인 1983년, 국가 여성정책 담당부처보다도 앞서 설립된
한국여성개발원은 여성정책의 기틀을 마련하고 여성의 사회참여와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여성문제 전담 종합기관으로
출발하였습니다.

90년대 들어서 국가 여성정책 기구가 자리를 잡아가고, 여성인력 개발, 여성폭력 근절 등 다양한 여성 관련 법·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우리 연구원은 현장에 밀착된 조사·연구와 정책 개발을 통해 함께 해 왔습니다. 여성들이 차별의 벽을 넘어 사회 각 부문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교육과 교류·협력 사업도 활발히 추진했습니다.

2001년 여성부가 설립되고, 여성정책 전략으로 성주류화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시기, 우리 연구원도 큰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설립 후 15년 간 추진해 온 여성 교육·지원 사업을 마무리하고 여성정책 전문 연구기관으로 위상을 재정립하면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으로 기관 명칭도 변경했습니다.

경력단절여성 지원 등 여성 경제활동 촉진 정책, 가족친화제도와 일·가족양립 정책,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정책,
다문화·한부모가족 등 다양한 가족지원 정책, 성평등 관점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책, 젠더폭력 방지 및 성인지적 안전 정책 등
주요 정책을 수립·이행하는 과정에서 연구원은 학제 간 경계를 넘나드는 종합적인 여성정책 연구기관으로서 존재감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성인지통계 등 성주류화 제도를 구축하고, 국가 정책 전반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변화시키기 위해
사례 및 데이터 기반 연구를 축적해 오면서, 우리 연구원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규모와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성평등정책 연구기관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여기까지의 긴 여정은 400여 명에 이르는 전·현직 임직원 여러분의 헌신과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사회 성평등 실현을
위해 정책 현장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애써 주신 모든 분들, 성평등정책의 발전과 우리 연구원의 성장을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에 40주년을 뜻깊게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기관의 역사뿐 아니라 분야별 성평등정책의 발전사를 돌아볼 수 있는
이 웹사이트가 이 모든 분께 전하는 감사의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40년을 내다보면 우리 연구원이 가야할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팬데믹 시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 돌봄노동의 여성화·가치 절하,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유형의 폭력까지, 성평등정책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급변하는 인구·가족구조, 디지털 기술이 초래할 사회 전환이 젠더 관계에 가져올 변화를 충분히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성평등 사회의 모습에 대해 성별·세대 간 생각의 차이가 커지고 있어, 성평등정책에 대한 새로운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과업도 피할 수 없습니다.

오래된 숙제에는 새로운 해법을 찾고, 미래가 던진 과업에는 축적된 역량을 발휘하여,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에 ‘젠더 정의’의
주춧돌을 세우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해 온 지난 40년의 저력을 밑거름 삼아, 우리사회 성평등정책의 전환과 혁신을 선도하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많은 격려와 응원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