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생률 급감 중대위기
        등록일 2002-12-27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달 이탈리아 의회 연설에서 출생률 감소 현상을 ‘위기’로 규정하며
        “이탈리아의 미래에 드리워진 중대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의회를
        방문한 교황이 연설문에 포함시킬 만큼 유럽은 지난 10년간 급격히 감소한 출생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금 생활자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이들을 부양할 생산인구는 줄어 복지제도가 위기를 맞았고,
        노동력이 부족해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실태와 원인=인구학자들은 여성 1명이 자녀를 2.1명은 낳아야 국가 인구 규모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지난해 유럽 평균 출생률은 1.4명에 불과했다.
        미국의 2명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로 ‘1가구 1자녀’는 이제 유럽 가정의 표준이 됐다.

        출생률이 1.1명으로 서유럽에서 가장 낮은 스페인은 3990만명인 현재 인구가 2050년이면 313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60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해 유럽에서 노년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지난해 1.2명에 그친 출생률이 앞으로 계속될 경우 2050에는 노년층 비율이
        42%로 늘어난다. 스웨덴 독일 그리스도 지난해 출생률이 1.4명을 넘지 못했고,불가리아 라트비아
        우크라이나는 1.1명까지 떨어져 동유럽에도 출생률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출생률이 저조한 원인으로 과중한 생활비 부담과 근로 여성의 증가를
        꼽았다. 자녀 양육에 쓸 돈과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피임과 낙태가 늘어나고 이혼이 만연해진
        것도 한 몫을 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년층이 손자녀를 돌보는 일보다 여행 등 여가활동에
        더 관심을 쏟게 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이탈리아 통계청 관계자는 “사람들이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면서 취직 시기가 늦어지니 결혼도 늦게 하고 아이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고 분석했다.

        ◇영향과 대책=이탈리아 노동부는 최근 퇴직자의 국민연금 수급액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노년층 비율이 늘어나 더이상 고액 연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로베르토 마로니 노동
        장관은 은퇴 기준 연령인 57세 이후에도 계속 일하는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서유럽 국가에서는 이민자 수용을 꺼렸던 전통적 관념을 깨고 미국처럼 적극적
        으로 이민을 받아들이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출생률 감소로 갈수록 노동력이 부족해
        지고 있기 때문. 미국 노스이스턴대 노동시장연구소는 최근 1990년대 미국의 경제성장이 이민인구가
        제공한 풍부한 노동력 덕에 가능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육아휴직,세금감면 등 출산 장려 정책으로 출생률이 소폭이나마 상승세로 돌아선 프랑스의 사례를
        따라 많은 유럽 국가가 정책적 해결책을 찾고 있다. 스페인은 젊은 부부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고
        탁아소,유치원 등 육아시설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탈리아는 임신한 근로여성에게 6개월간 월급
        전액이 지급되는 육아휴직 제도를 채택했고 출생률이 특히 저조한 일부 지방에선 임산부에게 월
        350달러씩 현금을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