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성평등 할당제 의무화하는 법안 추진
        등록일 2023-07-31

        스페인, 성평등 할당제 의무화하는 법안 추진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지역학과·정치학과 강사
         
         
        ○ 2023년 3월, 스페인 정부는 일정 직급에서 남녀 비율을 각 최소 40%로 채울 것을 의무화하는 성평등 할당제 법안을 발표했다. 해당 법안이 명시하는 성평등 할당제는 정부와 민간기업을 포괄한다는 점이 특징으로, 본 원고에서는 법안 내용과 더불어 스페인의 관련 현황을 개괄해보고자 한다.
        ○ 우선 공공기관부터 살펴보면, 해당 법안은 의회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985년 제정되고 이후 몇 차례 개정된 선거법(Organic Law of 5/1985, of the General Electoral Regime) 제44조에서 하원, 지방 선거 등 선거 후보 명부를 작성할 때 남녀 비율은 각 최소 40%가 되어야 한다고 이미 명시하고 있다. 올해 스페인 정부에서 발표한 법안은 정부와 민간기업에서 성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제도적 노력으로 볼 수 있다.
        ○ 실제로 스페인 정부는 꾸준히 여성 대표성 증대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고 성과를 보여왔다. 현재 스페인 의회는 하원(Congress of Deputies)과 상원(Senate)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국제의회연맹(Inter-Parliamentary Union, IPU)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하원에서 남성 의원은 201명, 여성 의원은 148명으로 여성 의원 비율은 42.4%다. 상원에서 남성 의원은 161명, 여성 의원은 104명으로 그 비율이 39.3%로 나타났다. 
        ○ 본 법안은 내각 각료 임명 절차에서도 성평등 할당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 정부를 이끌 정당은 남녀 각 최소 40%를 고려하여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2018년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 총리는 내각 구성 당시 장관 17명 중 11명을 여성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는 스페인 역사상 내각 내 여성 각료 수가 가장 많은 파격 인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스페인 내각에서 부총리를 비롯해 국방부, 재무부 장관 등 내각 관료 23명 중 14명이 여성이다. 비율로 환산하면 61%로서, 현 내각은 오히려 남성 각료를 추가하여 남녀 각 최소 40%라는 조항을 충족시켜야 한다.
        ○ 민간분야의 경우, 본 법안이 통과되면 스페인 증시 IBEX에 상장한 기업들은 2024년 7월 1일까지 이사회에서 대표성이 낮은 성별의 비율을 최소 40%까지 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이사회 내 남성 임원의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면 여성 임원을 추가로 임명해야 한다. 그리고 피고용주 250명 이상이면서 연 매출 5천만 유로 이상인 비상장 기업들의 경우, 2026년 6월 30일까지 성평등 할당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 스페인 IBEX 35대 기업(Ibex-35) 중 18개 기업은 이미 여성 임원 비율 40%를 달성한 상태다. 그리고 상장 기업 전체를 고려하면 여성 임원 비율은 37.5%로, 40%에 가까운 수치다. 법적으로 성별 평등 할당제를 제도화하지 않은 유럽 국가 중 스페인의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은 덴마크, 핀란드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 스페인 정부가 이번 법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는 작년 6월, 유럽연합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와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가 발표한 지침(Directive)을 언급할 수 있다. 본 지침은 회원국들이 2026년까지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법안을 마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원국 내 기업들은 2026년 중반까지 비상임이사회에서 여성 임원 비율 최소 40%, 상임이사 및 비상임이사 포함하면 여성 임원 비율 최소 33%를 달성해야 한다. 
        ○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McKinsey & Company)에서 45개 포르투갈 및 스페인 기업들을 조사한 ‘Women Matter 2023’에 따르면, 스페인 기업 내 여러 임원직을 통합했을 때 여성 임원 비율은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여성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 임원(N-1) 비율은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에서는 최고경영자(CEO)를 기준으로 하위 직급을 N-1, N-2, N-3로 표기함.
         이와 같이 더 높은 직급체계로 올라갈수록 여성 임원 비율이 낮아지는 현상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다. 
        ○ 여기에는 일·가정 양립에 있어 보이지 않지만 여성이 겪게 되는 여러 유형의 압박이나 고충, 여성을 경영 최전선에 세우기보다는 뒷받침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임명하는 분위기도 지적되었다. 또한 일하는 여성들이 회사가 본인이 필요한 부분들을 잘 반영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는 부분 역시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다. 조사 대상 중 선임 매니저에서 최고경영자(CEO)에 이르는 여성 임원들의 39%는 여전히 집에서 가사 노동과 육아의 상당 부분을 본인이 전담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남성 임원 중 해당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8%에 그쳤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 해당 법안을 발표하면서, 나디아 칼비뇨(Nadia Calviño) 수석부총리(First Deputy Prime Minister) 겸 경제 장관(Minister of Economy and Digitalization)은 성평등 할당제 법안이 국민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용한 정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 초안 통과까지 오래 걸렸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법안은 특정 성별에만 우선권이나 혜택을 제공하려고 수립된 것이 아니라, 공공 및 민간분야 내 주요 직급이 어느 한쪽 성별에 치우치지 않도록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으로 본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실질적으로 잘 이행되는지 여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IESE Business School (2023.3.2.) "Spain makes progress toward female board representation, but will it make the deadline?", https://www.iese.edu/insight/articles/spain-ibex35-female-board-representation-2022/ (접속일: 2023.7.22.)
        ■ Institute for Democracy and Electoral Assistance (n.d.) "Gender Quotas Database", https://www.idea.int/data-tools/data/gender-quotas/country-view/103/35 (접속일: 2023.7.22.)
        ■ McKinsey & Company (2023.3.17.) "Women Matter, Spain: Women are still far from top corporate-leadership positions", https://www.mckinsey.com/featured-insights/diversity-and-inclusion/women-matter-spain-women-are-still-far-from-top-corporate-leadership-positions (접속일: 2023.7.22.) 
        ■ The Guardian (2023.3.7.) "Spain approves draft law for gender quotas in business and politics",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3/mar/07/spain-approves-draft-law-gender-quotas-business-politics (접속일: 2023.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