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여성들
        등록일 2023-05-30

        프랑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여성들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지역학과·정치학과 강사
         
        ○ 2023년 1월부터 프랑스에서는 수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시민들에 의해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이어 전개되었다. 여러 분야에서의 노동조합들도 시위에 동참하면서 특히 프랑스 도심 곳곳은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환경미화원들의 파업으로 쓰레기 더미가 쌓이는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본 원고에서는 현재 프랑스 사회에서 중요한 의제 중 하나인 연금 개혁안이 프랑스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와 더불어 현재 여성들의 여론은 어떠한지 개괄해보고자 한다.
        ○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안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내용은 바로 연금 수령 연령 상향 조정이다. 연금 개혁안에 따르면 현 62세에서 64세로 조정된다. 해당 연금 개혁안에 수많은 시민의 반발이 일었고, 그에 따라 대규모 시위가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마크롱 정부는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현 연금제도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려면 불가피하게 연금 받는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견해다. 또한 2027년부터는 사회보장세 의무 납부 기간이 42년에서 43년으로 늘어나며, 이 기간을 충족할 때 수령 시점 기준 최저임금의 85%를 연금으로 받게 된다. 
        ○ 프랑스 국영 국제보도 채널인 France 24의 보도에서 인용한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엘라브(Elabe)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4퍼센트에 해당하는 여성 응답자들이 현 연금 개혁안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연금 개혁안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여성들이 많은데, 여성들은 이번 연금 개혁안이 남녀 임금 격차와 경력 단절, 그로 인한 연금 격차 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서 더 오래 일하게만 할 뿐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에게 이중부담을 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France 24에 따르면 시위에 참가한 한 50대 여성은 현 노동시장 구조상 여성들이 대개 더 낮은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고 연금 수령액도 더 적은 편이라는 문제점을 비판했다. 또 다른 여성 시위 참가자는 정부가 '성평등'을 주장하지만, 연금개혁은 현재 임금에서의 성 불평등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 밖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한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보도한 현지 언론 내용을 검토해 봤을 때, 시위에 참가한 여러 여성들은 임신, 출산 및 육아로 인해 여성들은 일정기간 휴직하면서 연금 납입이 일시 중지되기도 하고, 시간제(part-time)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연금 납입 기간을 채우고 지정된 연금 전액을 수령하려면 여성은 더 오래 일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 2023년 1월, 프랑크 리에스테르(Franck Riester) 의회관계 담당 장관(Minister Delegate for Relations with Parliament and Democratic Life of France)은 하원 방송(LCP)을 통해 법정 정년 연장은 여성에게 약간 불리할 것이라고 인정하는 발언이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연금 수령산정에 있어 여성은 자녀 일 인당 최대 8분기가량의 기간을 출산 및 양육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은 연금 개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실제로 여성이 받는 연금액은 남성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고용부 통계연구국(Directorate of Research, Studies, Evaluation and Statistics, DREES)에서 작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프랑스 여성들이 받는 평균 연금액은 월 1,154유로(한화 약 166만 원)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 평균 연금 수령액은 1,931유로(한화 약 279만 원)이었다. 프랑스 국립인구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Demographic Studies, INED)에서 여러 방면에서 예측했을 때, 이러한 성별 연금 격차는 약 2065년쯤이 돼야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 한 전문가는 유로뉴스(Euronews)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연금 개혁안은 간호사, 교사, 청소업 종사자 같은 일부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는 특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체적 노동이 많이 필요한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은 2년 더 일해야 한다는 게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되려 이 연장된 기간 일하면서 전반적인 여성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해당 전문가는 젠더 보건 및 경제분야 전문가로서 위와 같은 견해를 밝힌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은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남성들도 주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사회당(Parti Socialiste), 불복하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등 여러 정당 소속 의원들은 트위터나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크롱 정부가 추진한 연금개혁안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 중에는 이번 연금 개혁법이 기간과 금액적인 면에서 여성에게 한층 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불공평한 개혁이라는 지적도 일었다.
        ○ 본 연금 개혁안은 프랑스 상원에서는 찬성 195표, 반대 112표로 통과되었지만 하원에서의 표결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3월 16일, 의회 표결을 생략하고 총리의 책임하에 정부가 입법을 강행할 수 있는 행정적 특별권한을 담은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하기로 하면서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조치는 하원의 최종 표결을 불과 몇 분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 결국 본 연금 개혁안은 헌법위원회가 합헌이라고 결정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공식적으로 법률로서 시행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앞으로 사회적 진통이 계속될지 주목할 만하다.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많은 프랑스 여성들이 지적하는 임금 불평등, 경력 단절 등 여성 노동시장 참여에 만연한 문제점과 맞물려 시행되는 연금 개혁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Directorate of Research, Studies, Evaluation and Statistics  (2022.5.5) "Le niveau des pensions [The level of pensions]", https://drees.solidarites-sante.gouv.fr/sites/default/files/2022-05/05-Le%20niveau%20des%20pensions_1.pdf (접속일: 2023.5.18.)
        ■ Euronews (2023.3.7) "France strikes: Are women the biggest losers of the planned pension reform?", https://www.euronews.com/2023/03/07/france-strikes-are-women-the-biggest-losers-of-the-planned-pension-reform (접속일: 2023.5.18.)
        ■ France 24 (2023.3.7) "‘We can defeat Macron’: Why women’s anger is fuelling French pension protests", https://www.france24.com/en/france/20230307-we-can-defeat-macron-why-women-s-anger-is-fuelling-french-pension-protests (접속일: 2023.5.18.)
        ■ Le Monde (2023.1.23), "France's great retirement inequality: Women's pensions are much smaller than men's", https://www.lemonde.fr/en/economy/article/2023/01/23/france-s-great-retirement-inequality-women-s-pensions-are-much-smaller-than-men-s_6012671_19.html (접속일: 2023.5.18.)
        ■ News in France (2023.1.24), "Minister Franck Riester admits that women will be “a little penalized” by the reform", https://newsinfrance.com/minister-franck-riester-admits-that-women-will-be-a-little-penalized-by-the-reform/ (접속일: 2023.5.18.)
        ■ Reuters (2023.1.21), "French nurse fears Macron's pension reform will leave women worse off",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french-nurse-fears-macrons-pension-reform-will-leave-women-worse-off-2023-01-20/ (접속일: 2023.5.18.)
        ■ The Guardian (2023.3.25), "‘Working till we drop’: why women are on the front line of French pension protests",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3/mar/25/women-france-pension-protests (접속일: 2023.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