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에 따른 여성 일자리 격차에 대한 영국 정부의 정책현황
        등록일 2023-04-27

        디지털화에 따른 여성 일자리 격차에 대한 영국 정부의 정책현황

        임다혜 런던열대의학위생대학 국제보건/보건정책학 박사과정

        ○ 전 세계적으로 과학, 기술, 공학, 수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이하 STEM) 업종 종사자의 약 39% 정도만 여성이고,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업종은 그 보다 낮은 약 22%만이 여성이다. 영국에서의 상황도 세계적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STEM 업종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는 추세에 따라 해당 업종에 필요한 인력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영국에서도 STEM 업종의 43%나 인력을 보충해야 하는 동시에 여성부장관(Minister for Women) 마리스 콜필드(Maris Caulfield)에 의하면 “돌봄과 육아로 인해 해당 업종을 떠난 7만 5천명의 퇴직자들이 복직을 원한다”. 이처럼 영국 정부는 STEM 분야가 자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해당 분야에 인력을 보충해야 하면서도 여성의 비율을 늘려서 일자리에서의 성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 영국에서 2009년에서 2020년까지 여학생들이 STEM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비율이 30% 증가하였고,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여학생들이 학부 STEM 과목을 이수한 비율이 50.1%가 되는데도, 영국의 STEM 업종 종사자의 29.4%만이 여성이다. 이처럼 디지털화에 따른 STEM 업종, 특히 AI 분야에서 여성이 해당 일자리를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 출범한 영국 정부는 추가적인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본문에서는 영국 정부가 STEM 업종으로 복직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살펴보기에 앞서, 2022년에 시행한 AI와 데이터 과학(data science)분야 장학금과 같은 해에 시행한 ‘데이터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 네트워크(‘Women in Data’ Network)에 대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영국 정부가 STEM 업종의 여성 일자리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분야에서 성비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도 짚어볼 것이다. 

        ○ AI와 데이터 과학(data science) 분야 장학금 및 ‘데이터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 네트워크(‘Women in Data’ Network)
        - 2022년 2월, 인공지능국(Office for Articial Intelligence)의 디지털, 문화, 미디어와 체육부(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 & Sport)는 여성, 흑인, 그리고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계층이 AI와 데이터 과학을 전공할 수 있도록 23억 파운드(한화 약 367억 원) 상당의 장학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장학금은 영국의 국가 AI 전략의 일환으로,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AI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고, 창업이나 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필요한 훈련과 지식을 얻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2019년 시행한 첫 번째 장학금 정책은 총 13억 5천 파운드(한화 약 216억 원)를 집행했는데, 그 결과로 장학금 수혜자의 76%가 여성이었다. 따라서, 2022년에 장학금이 증액되면서 더 많은 여성들이 AI와 데이터 과학을 전공할 때 장학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노동연금부(Department for Work and Pensions; 이하 DWP)는 디지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과 연대하고 소통하기 위해 ’디지털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 네트워크(’Women in Data’ Network)를 조성했다. 해당 네트워크는 남성중심적인 특성이 있는 디지털 분야에서 여성 동료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서로를 지지해줄 수 있는 공간이다. 해당 네트워크는 데이터 분석가, 디지털 성능 분석가,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 엔지니어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들이 그들이 여성으로서 직면하는 요구 사항과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소통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자기 효능감과 개인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게끔 하고자 한다. 또한, 여성 네트워크 내에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여 디지털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한다.

        ○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 복직자 지원 제도
        - 영국 정부는 2023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이하, STEM) 기반 직업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15만 파운드(한화 약 2억 5천만 원)를 지원하는 새로운 지원제도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가정 돌봄과 같은 이유로 영국의 많은 여성들의 경력이 장기간 단절된 현실을 반영하여 해당 지원제도를 통해 이들이 복직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학교와 직장에서의 STEM 분야 전공자와 근로자의 성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제도를 시행하여 2009년부터 2020년까지 고등학교에서 STEM 과목을 선택하는 여학생의 수가 거의 30% 증가했으며, 2011년부터 2020년까지 STEM 학부 과정에 합격한 여성의 수는 50.1% 증가했다. 이처럼, 지난 10년 간 STEM 과목을 공부하는 여학생의 수가 늘어났지만, 2020년 영국에서 여성은 STEM 인력의 29.4%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런 현상이 육아와 가정 돌봄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 영국 위원회의 2013년도 고용자 기술 설문조사(UK Commission’s Employer Skills Survey 2013)에 의하면, 12개월 이상의 경력 단절을 경험했고, 직전에 STEM 직종에 종사했던 여성 중에서 향후 해당 직종에 복귀하고자 하는 여성은 약 7만 5천명에 달한다. STEM 일자리가 현재 영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해당 직종의 종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직장에 복귀하고자 하는 여성의 복직을 지원하는 제도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해당 지원제도는 여성들이 복직하기 이전에 이력서에 경력 단절 기간의 공백을 채우는 것을 돕기 위해 정부 평등 허브(Government Equality Hub)와 STEM 복직자들(STEM Returners)이 협력하여 STEM 재충전 프로그램(STEM ReCharge Programme)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직장 복귀 컨설팅, 맞춤형 코칭 및 네트워킹 지원, 그리고 분야별 재교육을 통해 여성들이 다시 STEM 직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또한 복직자 훈련 프로그램에 더해서, STEM 분야 고용주들에게 복직자 채용 지원 및 포용적 채용 관행에 대한 지원과 교육을 함께 제공한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복직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하는 경력 단절 페널티를 해소하고자 한다.

        ○ STEM 분야의 성비 불균형을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
        - 2019년에 영국 정부는 2400만 파운드(한화 약 367억 원)를 지원하여 여학생들이 STEM 분야 과목을 고등학교에서 선택하고 대학에서 전공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공학연구에서의 성비 균형 프로젝트(Gender Balance in Computing Research Project)”를 출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STEM 분야 일자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STEM 분야에서 고위직을 차지하는 여성의 비율은 2021년 기준 17%, AI 분야 연구자는 10%, 관련 분야 교수직은 20%로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는 구조적으로 여성이 고위직이나 전문직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다른 직종에 비해 여성의 비율이 낮은 STEM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높은 교육비용과 미비한 정책 때문에 육아와 돌봄을 여성이 책임지게 되어 STEM 분야 여성 종사자들은 경력 단절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방 정부 협회(Local Government Association)에 따르면 영국의 유아 교육(만 5세 미만 아동 대상) 비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며, 만 2세 아동의 경우 교육비용이 매년 최대 7,000파운드(한화 약 1억 2천만 원)에 달한다. 영국의 많은 여성들은 해당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가정으로 복귀하여 돌봄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으며, 지불할 수 있더라도, 직업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미비하기 때문에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게 된다. 영국 경제에서 STEM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이에 대한 인력을 보충해야하는 상황에서 인력 충원에 집중하여 여성의 복직을 돕는 현재의 지원 제도에는 한계가 보인다. 인력 충원보다는 STEM 분야에서의 여성의 성비 불균형과 경력 단절 여성의 해당 분야로의 복직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한 후 접근하는 지원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원 제도의 향후 성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GOV.UK (2022.2.10.)“£23 million to boost skills and diversity in AI jobs”, https://www.gov.uk/government/news/23-million-to-boost-skills-and-diversity-in-ai-jobs (접속일: 2023.3.20.).
        ■ GOV.UK (2023.2.11)“More women to be supported back into STEM jobs in Government-backed training”, https://www.gov.uk/government/news/more-women-to-be-supported-back-into-stem-jobs-in-government-backed-training (접속일: 2023.3.25.)

        ■ TECHMONITOR (2023.2.14.)“Will the government’s latest women in STEM initiative pay off?” https://techmonitor.ai/leadership/workforce/women-in-stem-initiative-uk-government  (접속일: 2023.3.25.).
         
        ■ GOV.UK (2022.6.9.) “Launching our ‘Women in Data’ network”, https://dwpdigital.blog.gov.uk/2022/06/09/launching-our-women-in-data-network/  (접속일: 2023.3.25.).

        ■ GOV.UK (2021.8.)“The Potential Impact ofArtificial Intelligence on UKEmployment and theDemand for Skills”,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1023590/impact-of-ai-on-jobs.pdf (접속일: 2023.3.26.)

        ■ GOV.UK (2013)“UKCES Employer Skills Survey 2013”, https://www.gov.uk/government/collections/ukces-employer-skills-survey-2013 (접속일: 2023.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