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교정책에 여성주의 관점 도입
        등록일 2023-06-30

        독일, 외교정책에 여성주의 관점 도입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지역학과·정치학과 강사
        ○ 지난 3월, 독일 연방정부는 외교 및 개발 정책에서 여성주의 관점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날레나 배어복(Annalena Baerbock) 외무장관(Foreign Minister), 스벤야 슐체(Svenja Schulze) 개발장관(Development Minister)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적극적으로 성평등 가치를 적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여성주의 외교정책 도입 지침(Shaping Feminist Foreign Policy: Federal Foreign Office Guidelines)’은 총 89쪽에 달하는 분량으로, 이 글에서는 주목할 만한 주요 내용을 개괄해보고자 한다.

        ○ 독일 연방정부는 유엔(UN)이나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사회, 그리고 분쟁 국가나 개발도상국에서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여성주의 관점을 반영한 외교 정책이란 단순히 대상이 되는 여성들의 취약성에 주목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외 정책 및 사업에서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포함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배어복(Baerbock) 장관은 이와 같은 독일의 외교 정책 방향은 성평등이라는 가치 추진에 기반한 것이며,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설교하거나 강요하려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 독일 정부가 발표한 여성주의 외교 정책은 외교 및 대외안보 정책에 있어 보편적 가치인 성평등과 인간안보라는 가치를 보다 적극적이면서도 실질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성주의라는 수식어를 내세웠지만 이번에 발표한 지침을 살펴보면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인간안보(human security) 개념과 접목하여 전통적인 군사적인 개념에서의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사람들의 보다 나은 삶,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포괄하고 있다. 

        ○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본 지침은 크게 10가지 목표로 나뉘어 있다. 이 10대 목표를 살펴보면, 여성뿐만 아니라 소외 집단(marginalized groups)의 권리 및 관점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성 정체성, 장애, 종교, 출신배경 등에 기반해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을 포괄한다.

        ○ 그리고 성평등을 추진하겠다는 목표에서 일명 '3R' 요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임을 밝혔는데, 3R은 권리(rights), 대표성(representation), 자원(resources)을 지칭한다. 그리고 목표를 실행할 주요 세 분야를 구체화했는데, 첫 번째는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이다. 해당 목표는 안보, 개발협력,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무역 등 다양한 영역 전반에 성평등과 여성 인권 주제의 통합을 지향한다. 해당 지침은 ‘성 주류화’를 외교 정책에 도입하겠다고 명시한 첫 공식 문서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 독일 외교부는 본 지침이 목표로 설정한 내용들을 실제 정책 이행에 반영하도록 총괄하는‘여성주의 외교 정책 대사(an Ambassador for Feminist Foreign Policy)’를 임명할 예정이다. 여성주의 외교 정책 대사는 외교부 부서들(Directorates-General)과 관련 정책안 개발, 정책 제언 제공, 정부 내 네트워크 구축 등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외교부 내 고위급 운영위원회에서 본 지침의 이행 정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 두 번째 분야는 성인지 예산(gender budgeting)이다. 독일 정부는 성 불평등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개발협력 사업에 120억 유로(한화 약 16조 8천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2025년까지 독일 개발협력 예산의 최소 8퍼센트를 성평등 추진을 주요 목표로 설정한 사업에, 그리고 85퍼센트는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성평등을 간접목표로 포함하는 사업에 할당할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 분류 중 성평등을 직접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사업을 의미한다.1)
         
        1)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는 공여국이 해외원조 데이터를 제출할 때 성평등정책목표 설정 및 추진 수준에 따라 성평등 정책마커(Gender Equality Policy Marker)를 기록해서 보고해야 한다. 성평등을 목표로 삼고 있지 않는 경우 0점(not targeted), 간접 목적인 경우(significant objective) 1점, 직접 목적인 경우(principal objective) 2점으로 기록한다.  
         
        ○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분야는 내부 다양성 강화다. 즉, 독일 외교부 조직 차원에서의 개선을 의미한다. 정부는 독일의 외교 정책 추진체계에서도 여성 대표성 증진을 위한 계획을 포함했다. 배어복(Baerbock) 장관은 본 지침 서문에서 현재 독일에서 대사(ambassador)직을 맡은 여성 비율은 26퍼센트에 불과하다면서, "외교 분야 고위급 직책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더 많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 밖에도 본 지침의 10대 목표 중 7번째 목표는 연방정부 조직 내 다양성 확대, 일·가정 양립 지원 및 여성의 고위직 참여 확대를 명시하고 있다. 본 지침에서는 구체적인 데이터도 제시하고 있는데, 통계에 따르면 독일 외교부 내 국장급(Directors-General) 직책에서 여성 비율은 2020년 6월 21.9퍼센트에서 2022년 36.4퍼센트로 증가했다. 차관급(State Secretaries)에서 여성 비율은 2020년 6월 50퍼센트에서 2022년 66.7퍼센트로 증가했다. 그러나 과장, 국장, 차관 등 높은 관리직을 포괄했을 때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6월 23.1퍼센트, 2023년 말 28.7퍼센트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본 지침의 8번째 목표는 시간제 근무, 육아휴직 등 보다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성희롱, 성차별 행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격하게 다룰 것을 명시하고 있다. 

        ○ 독일 여성주의 외교정책 도입 지침은 연방정부의 외교 및 개발협력 정책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성평등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지침에서 명시한 내용들이 앞으로 독일의 외교 및 개발협력 관련 사업과 활동 전반에 실질적으로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자료>
        ■ DW (2023.3.1) "German government to promote 'feminist foreign policy'", https://www.dw.com/en/german-government-to-promote-feminist-foreign-policy/a-64855031 (접속일: 2023.6.18.)
        ■ Federal Foreign Office (2023.3.1) "Guidelines for Feminist Foreign Policy: a foreign policy for all", https://www.auswaertiges-amt.de/en/aussenpolitik/themen/ffp-guidelines/2585074 (접속일: 2023.6.18.)
        ■ Federal Foreign Office (2023.3.1.) "Speech by Foreign Minister Annalena Baerbock to present the feminist foreign policy guidelines", https://www.auswaertiges-amt.de/en/newsroom/news/baerbock-guidelines-ffp/2586412 (접속일: 2023.6.18.)
        ■ Reuters (2023.3.2) "Germany announces new "feminist foreign policy"",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germany-unveils-guidelines-give-foreign-policy-a-more-female-face-2023-03-01/ (접속일: 2023.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