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산 및 육아휴직 관련 법 개정
        등록일 2023-03-31

        이탈리아 출산 및 육아휴직 관련 법 개정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지역학과·정치학과 강사
         
        ○ 2019년, 유럽연합(EU)은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근로조건에 관한 지침(Directive 1152), 일·가정양립(Directive 1158)에 관한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지침을 발표하게 된 주요 목표 중 하나는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돌봄휴가 등과 같은 가족친화적 제도 정착을 통한 여성의 노동시장 활성화 및 양성평등 실현이었다. 유럽연합의 지침은 회원국들에 구속력이 있지만, 이행 방향과 수단은 일정 기한 내로 회원국들이 결정한다. 이에 따라 여러 회원국들이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기존에 시행 중이던 법을 개정하였는데, 본 원고에서는 이 중 2022년 8월부로 노동법을 개정한 이탈리아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 이탈리아 노동법 개정에 관한 법은 작년 8월 1일자로 발효되었다. 우선 새로 적용되는 법에서는 정부에서 급여를 부담하고 권리로 보장받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기존 7일에서 10일로 연장했다. 자녀를 출산한 여성 배우자가 본인의 휴가 일수를 양도하는 경우 1일 더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다태아를 출산하는 경우 배우자 출산휴가는 20일로 늘어난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100% 유급인데, 상대 배우자에게 양도할 수 없으며 출산 2개월 전 또는 출산 후 5개월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근로자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할 권리를 침해하는 고용주는 최소 516유로(한화 약 72만 6천 원)에서 최대 2,582유로(한화 약 363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 

        ○ 배우자 출산휴가에 비해 여성의 출산휴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성의 출산휴가는 총 5개월로, 보통 출산 전 2개월, 출산 후 3개월 사용한다. 그러나 직군이나 개인 사정에 맞춰 출산휴가 사용 시점을 유연하게 변경하는 것도 가능한데, 의료진의 소견서를 제출하면 된다. 출산휴가는 최근 일일 소득의 80%를 받는 유급 휴직이다. 

        ○ 육아휴직의 경우, 기존에는 자녀가 만 6세가 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이번 법 개정으로 만 12세까지 연장되었다. 부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은 부모가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 10개월이고, 남성이 최소 3개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1개월이 추가되어 총 11개월이 된다. 이번 법 개정으로 그중 휴직 급여를 받는 유급 육아휴직 기간은 기존 6개월에서 9개월로 늘어났다. 반면 육아휴직 급여는 일 임금의 30%를 받는데, 이는 이전과 동일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자녀가 만 6세가 되기 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부모 중 한 명은 임금의 30%가 아닌 80%를 한 달간 육아휴직 급여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육아휴직은 일 단위뿐만 아니라 시간제로도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 유연근무제의 경우 이번 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권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받게 되었다. 12세 이하 자녀를 둔 경우, 연령과 상관없이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경우, 가족 구성원이 아파서 돌봄이 필요한 경우 근로자는 재택근무를 요청할 수 있고 고용주는 이를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 개정된 법에서는 근로자가 가족 구성원을 돌보기 위해 전일제에서 시간제 근무로 계약을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 본 원고에서 언급한 가족 관련 각종 휴직 급여는 이탈리아 사회보장공단(Istituto Nazionale Previdenza Sociale, INPS)에서 관할하고 있다. 단, 공공기관 근로자, 사회보장공단(INPS)에 등록되지 않은 자영업자 등 일부 경우에는 공단으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는다. 세부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휴직 대상자가 공단에 급여를 신청하면 심사 후 직접 받게 된다.

        ○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에서 이번 달 보도 된 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남성은 지난 10년여 간 38%p(퍼센트포인트)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2012년 배우자 출산휴가가 도입되었던 당시에는 주어진 휴가일수가 의무 1일, 추가 2일이었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남성 근로자 비율은 2013년 19.23%에서 2018년 48.53%, 2021년 57.6%까지 증가해왔다. 2021년에는 출산 약 40만 건 중 약 15만 5천여 명의 남성이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 그리고 자녀나 가족 구성원 돌봄을 이유로 사직하는 남성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자녀 양육 문제로 퇴직한 남성은 1,158명으로, 30,361명에 이르는 여성 퇴직자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지만 최근 몇 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상당히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이탈리아 남성들이 퇴직한 이유로는 고용주가 전일제에서 시간제 근무로 변경해주지 않는다는 점, 일과 자녀 양육을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지적되었다.

        ○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이탈리아 지사의 아동·청소년 정책 관련 담당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탈리아 사회에서 자녀 양육은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문화가 만연했는데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고 있으며 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녀와의 시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남성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보았다. 물론 남아있는 과제도 있다. 주어진 제도적 권리를 사용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대기업에서 전일제로 근무하는 정직원 유형에 집중되어 있고, 남부지방에 비해 북부지방이 약 17%p(퍼센트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서두에 언급했듯, 유럽연합(EU)이 제정하는 지침은 구속력이 있지만 회원국들이 국내법으로 전환 및 이행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탈리아가 유럽연합이 2019년 제정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근로조건에 관한 지침, 일·가정양립에 관한 지침을 국내법으로 전환하고 관련 법을 개정했다는 점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 특히 제도적 재정비를 통해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에서 여러 부분들이 개선되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번 이탈리아의 법 개정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활성화 및 노동시장에서의 양성평등에 얼마나 기여하게 될 지는 향후 보다 체계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EUR-LEX (EU 공식 법령 검색 웹사이트)  (2019.7.12) "Directive (EU) 2019/1158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20 June 2019 on work-life balance for parents and carers and repealing Council Directive 2010/18/EU",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uri=celex%3A32019L1158 (접속일: 2023.3.22.)
        ■ L&E Global (2023.2.23) "Italy: What are the changes in regulations to ensure that working fathers can take a more proactive role in family responsibilities?", https://leglobal.law/2023/02/23/italy-what-are-the-changes-in-regulations-to-ensure-that-working-fathers-can-take-a-more-proactive-role-in-family-responsibilities/ (접속일: 2023.3.22.)
        ■ Lockton (2022.9.6)“Italy expands family leave entitlements”, https://globalnews.lockton.com/italy-expands-family-leave-entitlements/ (접속일: 2023.3.22.)
        ■ Rai News (2023.3.19) "I papà italiani sono sempre più presenti: in aumento i congedi di paternità", https://www.rainews.it/articoli/2023/03/festa-del-papa-aumentano-i-congedi-paternita-oltre-il-38-per-cento-in-piu-in-10-anni-2c9f4c32-fcd5-4dc1-ba9e-2e2b4161909a.html (접속일: 2023.3.22.)
        ■ WTW (2022.9.13) "Italy: Family-friendly changes to labor law“, https://www.wtwco.com/en-EG/Insights/2022/09/italy-family-friendly-changes-to-labor-law (접속일: 2023.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