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

스페인, 포괄적인 여성 살해 데이터 수집정책 시행
등록일	2022-03-29
스페인, 포괄적인 여성 살해 데이터 수집정책 시행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교(Erasmus University Rotterdam) 초청연구원 스페인은 2022년 1월부터 정부가 모든 여성 살해(femicide) 사건을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데이터화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서 여성 살해는 성폭행, 가정폭력, 여성혐오 등 다양한 이유를 기반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행한 살해 사건을 광범위하게 지칭한다. 이렇게 정부가 직접 모든 유형의 여성 살해 사건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사례는 유럽에서 최초이다. 스페인 정부는 2021년 말 이러한 계획을 발표했으며, 새로운 통계 데이터 분류에서는 이전 또는 현 배우자가 가하는 폭력, 성폭력 등외에 추가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해 사건을 추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계획은 스페인 사법 총평의회(General Council of the Judiciary). 유럽연합 산하 유럽 성평등 연구소(European Institute for Gender Equality) 등 여러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다. 과거 스페인에서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경우, 사회 및 언론 일각에서는 이를 치정에서 비롯된 범죄 정도로 치부하곤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여성 대상 살해를 형법에 어긋나는 엄연한 범죄 유형 중 하나로 다루기 시작하고 법적 기반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면서 점차 정부 당국 관계자, 언론인, 대중 전반의 인식 변화가 서서히 이루어져 왔다. 최근 몇 년간 스페인에서는 성차별적이거나 여성혐오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여성 살해 사건이 여러 차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작년 6월에는 6살 소녀가 아버지에게 살해당해 바다에 버려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스페인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었다. 이후 사법당국은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는 1살 딸도 살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그 이유가 다름 아니라 두 딸의 친모이자 본인의 전 부인에게 당사자가 겪을 수 있는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스페인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는 해당 사건에 대해 공식 트위터(Twitter) 계정을 통해 "두 자매의 어머니가 겪을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레네 몬테로(Irene Montero) 평등부 장관 역시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 같은 여성 대상 범죄는 국가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의제"라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15년에는 전 여자친구와 전 여자친구의 친구인 여성 한 명을 죽인 살해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가해자는 피해 여성이 본인과 헤어진 것에 살인을 계획하고, 함께 거주하던 집에 소지품을 가지러 오게 유도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 여성은 사전에 위험성을 인지하고 친구에게 동행을 부탁했던 것인데, 두 사람 모두 살해당한 것이다. 해당 사건은 스페인 사회에 널리 알려졌으며, 이후 2017년, 법원은 검찰 측이 구형한 대로 징역 48년, 유가족에게 65만 유로(한화 약 8억 7천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 반면 이후 사건 통계 데이터화 과정에서 전 여자친구의 친구였던 피해자는 가해자와 서로 가까운 연인이나 가족 관계가 아니었기에 기존의 젠더기반폭력 및 살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참고로 스페인 정부가 2003년 본격적으로 시행한 이래 2021년 기준 약 1,125명의 여성이 이전 또는 현 배우자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등부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최소 37명 (2021년 11월 기준)이 이전 또는 현 파트너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스페인의 기존 통계에서는 2003년부터 이전 또는 현 배우자에 의한 여성 살해 사건을 공식 집계해왔다. 이는 그대로 유지하되, 보다 포괄적으로 여성 살해에 주목하고 앞으로는 그동안 빠졌던 다양한 사건을 데이터에 포함하게 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예를 들어 인신매매나 성적 착취에서의 여성 살해, 사적 관계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정하여 행한 살해 등이 있다. 또한 특정 여성에게 심리적 피해를 주기 위해 해당 여성 주변의 가족 구성원이나 지인을 살해하는 행위 역시 포함된다. 스페인 정부는 앞으로 일단 모든 여성 대상 살해 사건을 수집하고 분석한 뒤, 세부 범주에 따라 보다 체계적으로 데이터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페인의 젠더폭력위원회(Government Delegation against Gender Violence)는 여성 살해 사건을 포괄하여 모니터링하는 분과위원회(Feminicide Observatory)을 운영할 예정이다. 스페인 내 지역 당국들은 데이터를 젠더폭력위원회에 제출하게 되고, 여성 살해 데이터를 모두 취합한 뒤 일정 분류에 따라 세분화하여 사건들을 나누는 작업을 시행하게 된다. 스페인의 이레네 몬테로(Irene Montero) 평등부 장관(Minister for Equality)은 이번 정책 방침에 대해 "모든 성차별적인 살해 사건 사례를 파악하고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향후 여성 살해 사건을 미리 방지하고 철폐하는 정책들을 고안해내고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이번 제도는 젠더 기반 범죄에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 간 기존 사적 관계 여부보다 남녀라는 성별 역학관계에 초점을 두게 된 것이다. 2004년, 스페인은 젠더 기반 폭력의 포괄적 예방을 위한 법(Constitutional Act 1/2004 of 28 December, on Integrated Protection Measures against Gender Violence)을 제정했다. 이 법은 젠더 기반 폭력 예방을 위해 교과과정이나 직업훈련에서 성평등 및 젠더 기반 폭력에 관한 교육, 젠더 기반 폭력 관련 문제 발생 시 적절한 대응 방안 훈련 등 시행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이 시행되면서 스페인 형법을 포함한 여러 법률의 일부 조항들도 개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 제정에 그치지 않고, 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여성 살해 개념을 확장하고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및 관리하겠다는 이번 정책은 한국에서도 향후 주의하여 참고할 만하다. <참고자료> ■ El Diario(2021.12.20), "España será desde enero el primer país europeo en contabilizar oficialmente todos los feminicidios", url: https://www.eldiario.es/sociedad/espana-sera-enero-primer-pais-europeo-contabilizar-oficialmente-feminicidios_1_8595437.html (접속일: 2022.03.22.). ■ El Mundo(2017.11.07), "Sergio Morate, condenado a 48 años por los asesinatos de Laura y Marina" , url: https://www.elmundo.es/espana/2017/11/07/5a01dc01268e3e5d688b4608.html (접속일: 2022.03.22.). ■ The Guardian(2021.06.11), "Discovery of girl’s body prompts nationwide protests in Spain", url: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jun/11/discovery-girl-body-prompts-nationwide-domestic-violence-protests-spain (접속일: 2022.03.22.). ■ The Guardian(2021.12.31), "Spain says it is first in Europe to officially count all femicides" , url: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dec/31/spain-says-it-is-first-in-europe-to-officially-count-all-femicides (접속일: 2022.03.22.). ■ UN Women (2004), "Constitutional Act 1/2004 of 28 December, on Integrated Protection Measures against Gender Violence" , https://evaw-global-database.unwomen.org/fr/countries/europe/spain/2004/constitutional-act-1-2004-of-28-december--on-integrated-protection-measures-against-gender-violence (접속일: 2022.03.22.).

스페인, 포괄적인 여성 살해 데이터 수집정책 시행

등록일

2022-03-29

스페인, 포괄적인 여성 살해 데이터 수집정책 시행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교(Erasmus University Rotterdam) 초청연구원

스페인은 2022년 1월부터 정부가 모든 여성 살해(femicide) 사건을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데이터화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서 여성 살해는 성폭행, 가정폭력, 여성혐오 등 다양한 이유를 기반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행한 살해 사건을 광범위하게 지칭한다. 이렇게 정부가 직접 모든 유형의 여성 살해 사건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사례는 유럽에서 최초이다.
스페인 정부는 2021년 말 이러한 계획을 발표했으며, 새로운 통계 데이터 분류에서는 이전 또는 현 배우자가 가하는 폭력, 성폭력 등외에 추가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해 사건을 추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계획은 스페인 사법 총평의회(General Council of the Judiciary). 유럽연합 산하 유럽 성평등 연구소(European Institute for Gender Equality) 등 여러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다.
과거 스페인에서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경우, 사회 및 언론 일각에서는 이를 치정에서 비롯된 범죄 정도로 치부하곤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여성 대상 살해를 형법에 어긋나는 엄연한 범죄 유형 중 하나로 다루기 시작하고 법적 기반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면서 점차 정부 당국 관계자, 언론인, 대중 전반의 인식 변화가 서서히 이루어져 왔다.
최근 몇 년간 스페인에서는 성차별적이거나 여성혐오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여성 살해 사건이 여러 차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작년 6월에는 6살 소녀가 아버지에게 살해당해 바다에 버려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스페인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었다. 이후 사법당국은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는 1살 딸도 살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그 이유가 다름 아니라 두 딸의 친모이자 본인의 전 부인에게 당사자가 겪을 수 있는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스페인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는 해당 사건에 대해 공식 트위터(Twitter) 계정을 통해 "두 자매의 어머니가 겪을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레네 몬테로(Irene Montero) 평등부 장관 역시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 같은 여성 대상 범죄는 국가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의제"라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15년에는 전 여자친구와 전 여자친구의 친구인 여성 한 명을 죽인 살해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가해자는 피해 여성이 본인과 헤어진 것에 살인을 계획하고, 함께 거주하던 집에 소지품을 가지러 오게 유도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 여성은 사전에 위험성을 인지하고 친구에게 동행을 부탁했던 것인데, 두 사람 모두 살해당한 것이다. 해당 사건은 스페인 사회에 널리 알려졌으며, 이후 2017년, 법원은 검찰 측이 구형한 대로 징역 48년, 유가족에게 65만 유로(한화 약 8억 7천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
반면 이후 사건 통계 데이터화 과정에서 전 여자친구의 친구였던 피해자는 가해자와 서로 가까운 연인이나 가족 관계가 아니었기에 기존의 젠더기반폭력 및 살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참고로 스페인 정부가 2003년 본격적으로 시행한 이래 2021년 기준 약 1,125명의 여성이 이전 또는 현 배우자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등부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최소 37명 (2021년 11월 기준)이 이전 또는 현 파트너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스페인의 기존 통계에서는 2003년부터 이전 또는 현 배우자에 의한 여성 살해 사건을 공식 집계해왔다. 이는 그대로 유지하되, 보다 포괄적으로 여성 살해에 주목하고 앞으로는 그동안 빠졌던 다양한 사건을 데이터에 포함하게 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예를 들어 인신매매나 성적 착취에서의 여성 살해, 사적 관계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정하여 행한 살해 등이 있다. 또한 특정 여성에게 심리적 피해를 주기 위해 해당 여성 주변의 가족 구성원이나 지인을 살해하는 행위 역시 포함된다.
스페인 정부는 앞으로 일단 모든 여성 대상 살해 사건을 수집하고 분석한 뒤, 세부 범주에 따라 보다 체계적으로 데이터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페인의 젠더폭력위원회(Government Delegation against Gender Violence)는 여성 살해 사건을 포괄하여 모니터링하는 분과위원회(Feminicide Observatory)을 운영할 예정이다. 스페인 내 지역 당국들은 데이터를 젠더폭력위원회에 제출하게 되고, 여성 살해 데이터를 모두 취합한 뒤 일정 분류에 따라 세분화하여 사건들을 나누는 작업을 시행하게 된다.
스페인의 이레네 몬테로(Irene Montero) 평등부 장관(Minister for Equality)은 이번 정책 방침에 대해 "모든 성차별적인 살해 사건 사례를 파악하고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향후 여성 살해 사건을 미리 방지하고 철폐하는 정책들을 고안해내고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이번 제도는 젠더 기반 범죄에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 간 기존 사적 관계 여부보다 남녀라는 성별 역학관계에 초점을 두게 된 것이다.
2004년, 스페인은 젠더 기반 폭력의 포괄적 예방을 위한 법(Constitutional Act 1/2004 of 28 December, on Integrated Protection Measures against Gender Violence)을 제정했다. 이 법은 젠더 기반 폭력 예방을 위해 교과과정이나 직업훈련에서 성평등 및 젠더 기반 폭력에 관한 교육, 젠더 기반 폭력 관련 문제 발생 시 적절한 대응 방안 훈련 등 시행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이 시행되면서 스페인 형법을 포함한 여러 법률의 일부 조항들도 개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 제정에 그치지 않고, 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여성 살해 개념을 확장하고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및 관리하겠다는 이번 정책은 한국에서도 향후 주의하여 참고할 만하다.

<참고자료>
■ El Diario(2021.12.20), "España será desde enero el primer país europeo en contabilizar oficialmente todos los feminicidios", url: https://www.eldiario.es/sociedad/espana-sera-enero-primer-pais-europeo-contabilizar-oficialmente-feminicidios_1_8595437.html (접속일: 2022.03.22.).
■ El Mundo(2017.11.07), "Sergio Morate, condenado a 48 años por los asesinatos de Laura y Marina" , url: https://www.elmundo.es/espana/2017/11/07/5a01dc01268e3e5d688b4608.html (접속일: 2022.03.22.).
■ The Guardian(2021.06.11), "Discovery of girl’s body prompts nationwide protests in Spain", url: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jun/11/discovery-girl-body-prompts-nationwide-domestic-violence-protests-spain (접속일: 2022.03.22.).
■ The Guardian(2021.12.31), "Spain says it is first in Europe to officially count all femicides" , url: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dec/31/spain-says-it-is-first-in-europe-to-officially-count-all-femicides (접속일: 2022.03.22.).
■ UN Women (2004), "Constitutional Act 1/2004 of 28 December, on Integrated Protection Measures against Gender Violence" , https://evaw-global-database.unwomen.org/fr/countries/europe/spain/2004/constitutional-act-1-2004-of-28-december--on-integrated-protection-measures-against-gender-violence (접속일: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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