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녀 건강 불평등 격차 해소 위해 여성 건강정책 개선
        등록일 2021-12-30


        영국, 남녀 건강 불평등 격차 해소 위해 여성 건강정책 개선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영국 정부가 남녀 건강 불평등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여성 건강 정책을 대폭 손본다. 영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영국 남성보다 높긴 하지만 영국 정부는 질병이나 장애로 고통받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여성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맞춤 정책을 개발 중이다. 본론에서는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일반 시민과 여성 건강과 관련된 시민단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실시했던 ‘The Call for Evidence’의 주요 내용을 분석한다. 이와 함께, 정부가 새로운 정책 방향으로 소개한 전 생애 접근 방법(life course approach)을 중심으로 정책에 여성의 목소리가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는지 살펴본다. 
        • 여성 건강정책에 여성 목소리 제대로 담기지 않아

        영국 건강사회복지부 (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는 2021년 12월 23일 남녀 건강 불평등 격차 해소 방안과 해결책을 제시한 보고서 ‘잉글랜드 여성 건강 증진을 위한 정부 비전(Our Vision for the Women’s Health Strategy for England)’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일반 시민은 물론 여성 건강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진행된 사업 ‘The Call for Evidence’에 대한 답변이라고 볼 수 있다.  2021년 3월 8일부터 6월 13일까지 14주간 진행된 The Call for Evidence는 크게 세 가지로 항목으로 구성됐다. 1) 잉글랜드 16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Let’s talk about it’이라는 설문 조사 2) 여성 건강과 관련해 전문성이 있는 일반 시민과 단체들의 서면 의견 수렴 3) 요크대학교와 협력해 잉글랜드 거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집단 면담 등이 사업에 포함됐다. 이 사업에는 14주간 10만명이 넘게 참여했으며, 전문가 집단이 400건이 넘는 서면 의견을 제출했다. 사업에 참여한 시민과 전문가들이 현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업 참여자들은 병원 진료를 볼 때 간호사나 의사들이 여성 환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Let’s talk about it’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만8813명 중에서 84%가 병원 진료를 볼 때 간호사나 의사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예를 들어, 극심한 월경 통증 때문에 진료를 받을 때 의사가 이러한 통증이 ‘정상’이라고 말한다거나, 월경 통증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여성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의료진이 만난 적이 있는 응답자가 전체의 80%가 넘었다. 
        둘째, 영국 보건의료 시스템에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의견은 전문가 집단이 전달한 서면 의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앙 또는 지방 정부의 여성 건강 정책을 총괄하는 리더 중 여성 건강 전문가과 여성 비율을 높여 정책에 여성의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반영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여성 건강에 초점을 맞춘 연구와 데이터 부족이다. 보고서는 “자궁내막증, 폐경 같이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여성 질환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폐증, 심혈관 질환 등 많은 질병 연구가 남성 참가자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생물학적 차이가 있는 여성의 몸에 이러한 연구 결과를 대입할 경우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 질병 치료에서 질병 예방으로 정책 방향 전환

        영국 정부 여성 건강 정책을 대폭 손보기 위해 정책 방향을 바꿨다. 기존 정책은 특정 나이대에 주로 발생하는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질병 중심 접근법 (disease-orientated approach)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전 생애 접근법 (life course approach)를 도입해 여성 생애 전체에 걸쳐 나이대에 따라 변화하는 건강 상태를 추적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개발할 예정이다. 즉, 질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초점을 맞추기보다 질병 예방에 집중하는 정책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잉글랜드 여성 건강 증진을 위한 정부 비전’ 보고서는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임신 중독증 증상이 있는 여성은 임신을 했을 때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은 연구 결과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면서 “전 생애 접근법을 도입하면 여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예측해 예방하고, 여성 전 생애에 걸쳐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개선해 여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The Call for Evidence’ 사업을 통해 수집한 여성 의견에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의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별도 교육과 훈련을 실시해 여성 환자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정부를 대표해 여성 건강 대사 (Women’s Health Ambassador)를 임명해 여성의 목소리를 여성 건강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한, 여성 건강에 초점을 맞춘 연구와 데이터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앞으로 국립보건연구원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Research, NIHR) 지원을 받는 국가 연구를 비롯해 보건의료 연구를 실시할 때 연구 참여자 성비를 맞추는 식으로 정부가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여성 건강에 도움이 되는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캐롤린 하리스 하원의원은 2021년 10월, 갱년기 여성이 호르몬 대체 요법 (hormone replacement therapy HRT) 처방전을 받을 때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갱년기 여성이 호르몬 대체 요법 처방전을 받을 때 한 번만 최대 19파운드 (약 3만5000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이후 1년간 무료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어 환자가 매년 약 205 파운드 (약 33만원)를 아낄 수 있다. 

        • 2021년 12월 발간된 영국 건강사회복지부 보고서 ‘잉글랜드 여성 건강 증진을 위한 정부 비전(Our Vision for the Women’s Health Strategy for England)’의 핵심은 여성 건강 정책에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The Call for Evidence’ 사업에는 14주간 1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참여해 여성 건강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공유했고, 여성 건강 전문가들이 400건 넘는 서면 의견을 제출하며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시민 목소리를 반영해 영국 정부가 질병 치료에서 질병 예방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여성 건강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GOV.UK(2021.12.23.), “ Our Vision for the Women’s Health Strategy for England”,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1042631/dhsc-our-vision-for-the-women_s-health-strategy-for-england.pdf (접속일: 2021.12.28.). 
        ■ GOV.UK(2021.12.), “Results of the ‘Women’s Health – Let's talk about it’ survey”,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1043211/results-of-the-womens-health-lets-talk-about-it-survey.pdf (접속일: 2021.12.28.).
        ■ GOV.UK(2021.12.23.), “Government sets clear ambition to close gender health gap”,  https://www.gov.uk/government/news/government-sets-clear-ambition-to-close-gender-health-gap--3 (접속일: 2021.12.28.). 
        ■ GOV.UK(2021.10.29.), “More support for women experiencing the menopause”, https://www.gov.uk/government/news/more-support-for-women-experiencing-the-menopause (접속일: 2021.12.28.).
        ■ PharmaTimes(2021.11.1.), “UK government to cut cost of repeatable HRT prescriptions”, https://www.pharmatimes.com/news/uk_government_to_cut_cost_of_repeatable_hrt_prescriptions_1382807 (접속일: 2021.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