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1인 가구 현황과 관련 정책
        등록일 2021-05-31

        영국의 1인 가구 현황과 관련 정책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영국에서는 지난 20년간 1인 가구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영국 통계청(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런던은 전체 가구 중 23.9%, 스코틀랜드는 35.0%가 1인 가구일 정도로 영국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 원고에서는 먼저 공식 통계를 통해 영국의 1인 가구와 다양한 가족 형태의 현황을 알아보고, 자녀가 없는 2인 가구와 비교해 혼자 사는데 드는 비용을 분석한다. 또한, 1인 가구를 위한 어떤 지원이 있는지 코로나19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영국 1인 가구 비중, 지난 2년간 20% 증가
         -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혼자 사는 영국 국민은 820만 명으로 20년 전인 2019년(680만 명)에 비해 20.5%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29.5%에 달하는 수치로 한국과 유사하다. 통계청은 이런 증가 추세를 견인한 집단이 45~64세 성인 남성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이 분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평생 결혼하지 않는 비혼 비율이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고, 남성은 여성보다 더 늦게 결혼하거나 자신보다 나이가 더 어린 배우자를 만나는 경향이 있고, 이혼하면 주로 남성이 혼자 살고, 여성이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영국의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지역별로 달랐다. 지난 5년간 잉글랜드 남서 지역 (South West of England)  23.2%, 북아일랜드 22.5%, 웨일스 22.1%씩 1인 가구 비율이 늘 만큼 상승세가 가팔랐다. 이와 함께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로 따로 살펴보면 영국 평균은 29.5%이지만 스코틀랜드가 35%로 평균 이상을 웃돌았고, 웨일스와 잉글랜드 북동 지역(North East of England)가 각각32.1%, 요크셔 험버 지역 (Yorkshire and The Humber)이 31.6%로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대도시인 런던은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이 23.9%로 평균보다 5.6% 포인트나 낮았다.
         - 통계청은 런던의 전체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낮다는 점도 주목했다. 영국 전체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율은 49.1%로 전체의 절반을 육박하지만, 런던은 그 비율이 38.3%로 상대적으로 젊은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도시다. 하지만 버밍엄 등 도시가 포함된 웨스트 미들랜드 지역 (West Midlands)은 6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1인가구의 54.7%에 달해 런던과 대조를 이룬다. 지역별로 1인 가구 정책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영국 통계에서 가족의 개념은 포괄적이다. 통계청은 “자녀 유무를 떠나 결혼, 사실혼 (civil partnered) 또는 동거 (cohabiting)을 통해 관계를 형성한 커플, 자녀가 최소한 한 명이 있는 한부모 가족이 한 주소에 살 경우 가족으로 인정한다”고 설명한다. 멀티 패밀리 가구 (multi-family household)란 두 가족 이상이 함께 모여 사는 가구를 뜻한다. 예를 들어, 가족 A와 가족 B가 주방이나 공용 시설을 공유하며 한 주소 아래 살 경우 멀티 패밀리 가구라고 할 수 있다.

        - 런던은 가족은 아니지만, 함께 사는 2인 이상 성인 가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2019년 기준으로 영국 전체에 이 가구 수는 총 787,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8%를 차지하지만, 런던은 전체 가구 중 이 가구의 비율이 6.2% (206,000가구)로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돈다. 커플이나 부모와 함께 사는 이들은 제외되며, 친구 또는 학생들끼리 함께 모여 살거나, 형제자매가 같이 살 때 이 가구 형태로 분류한다. 한국으로 치면 ‘셰어 하우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 혼자 사는 비용,  2인 가구보다 비싸
         - 혼자 사는 비용을 분석한 통계도 있다. 영국 통계청이 2019년 4월 발간한 보고서 ‘혼자 사는 비용(The cost of living alone)’에서 25세 이상 64세 이하 영국 성인 남녀 소비 활동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는 가처분 소득(disposable income)의 92%를 사용해 2인 가구가 83%를 사용하는 것 비해 소비 비중이 높았다. 가처분 소득이란 총소득에서 세금이나 의료보험료 등을 제하고 남아 저축에 쓸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그만큼 1인 가구는 2인 가구보다 씀씀이에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통계청은 “혼자 사는 사람들은 월세에 살 가능성이 크고, 자녀가 없는 2인 가구보다 경제적으로 덜 안정적이라고 보여진다”며 1인 가구의 가처분 소득 사용 비율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 1인 가구의 내 집 마련 비율도 자녀가 없는 2인 가구보다 낮았다. 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35~44세 연령대를 살펴보면 자녀가 없는 2인 가구 자가 소유 비율은 67%에 달했지만, 1인 가구는 48%로 19%나 낮았다. 또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55~64세 연령대를 봐도 자기 집이 있는 1인 가구는 57%, 자녀가 없는 2인 가구는 87%로 격차가 났다. 통계청은 보고서에서 “1인 가구는 자녀가 없는 2인 가구에 비해 집을 살 수 있을 만한 자산을 축적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을 갚아낼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코로나19 시대, 1인가구 정책 지원 버블(support bubble)
         - 영국 정부는 영국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졌던 지난해 9월, 지원 버블(support bubble)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지원 버블이란 최대 두 가구를 연결해 봉쇄 기간에도 서로의 집을 방문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만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영국은 봉쇄 기간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하거나, 이웃집을 방문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버블로 연결된 가구는 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약 새로운 가구와 버블을 형성하고 싶다면, 기존에 연결됐던 가구와 10일간 접촉을 금한 뒤 새 가구와 연결할 수 있다.
         - 하지만 모든 가구가 지원 버블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인 가구, 18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부모 가구, 장애가 있는 가족과 사는 성인, 한 살이 안 된 아이가 있는 가구, 5세 이하 장애아가 있는 가구 등이 그 대상이다. 특히 영국 전체 가구 30%가 1인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혼자 오랫동안 사회적 접촉 없이 고립돼야 하는 1인 가구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 코로나19 관련 정책과 별개로 영국에서 1인 가구에게 제공하는 세제 혜택이 있다. 주택 가치에 따라 매기는 지방세인 카운슬 택스(Council Tax)를 25% 깎아준다. 영국에서는 single-person discount라고 알려져 있다. 카운슬 택스를 책정할 때 재산세(property tax)의 50%, 주민세(residential tax)의 50%를 기준으로 하는데, 주민세 비율 50%는 한 집에 두 명이 산다는 기준 아래에 책정된 것이다. 하지만, 1인 가구의 경우 주민세 비율이 25%로 줄어들며, 17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한부모 가구, 연령에 상관없이 풀타임 학생과 함께 사는 가구 등도 50%까지 카운슬 택스를 할인받는다.

        ○ 영국은 지난 20년간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해 2019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30% 가까이 차지한다. 또한, 전체의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로 고령화에 따른 노인 1인 가구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영국 정부가 1인 가구를 위해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지원 버블 같은 정책을 펼친 것은 혼자 오랫동안 사회적 접촉 없이 고립돼야 하는 1인 가구를 고려한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참고자료>
        ■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2019.11.15.), “Families and households in the UK: 2019”,  https://www.ons.gov.uk/peoplepopulationandcommunity/birthsdeathsandmarriages/families/bulletins/familiesandhouseholds/2019 (접속일: 2021.05.27.)
        ■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2019.04.04.), “The cost of living alone”, https://www.ons.gov.uk/peoplepopulationandcommunity/birthsdeathsandmarriages/families/articles/thecostoflivingalone/2019-04-04 (접속일: 2021.05.27.)
        ■ GOV.UK(2020.09.09.), “Making a support bubble with another household”, https://www.gov.uk/guidance/making-a-support-bubble-with-another-household(접속일: 2021.05.27.)
        ■ BBC (2021.01.06.), “Support bubbles: How do they work and who is in yours?”, https://www.bbc.com/news/health-52637354 (접속일: 2021.05.27.)
        ■ GOV.WALES “Council Tax discounts and reduction”, https://gov.wales/council-tax-discounts-and-reduction/living-alone (접속일: 2021.05.27.)
        ■ The London Borough, “Council Tax discounts and exemptions”, https://www.bromley.gov.uk/info/59/council_tax_-_discount/119/council_tax_discounts_and_exemptions (접속일: 202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