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낙태금지법 강화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 계속
        등록일 2020-11-13

        폴란드, 낙태금지법 강화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 계속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 폴란드에서는 2주 넘게 수도 바르샤바 및 전국 각지에서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가 연일 계속되었다. 바로 최근 헌법재판소가 발표한 낙태 금지를 강화하는 판결 때문이다. 일별 참가 인원은 상이하나 수천 명에서, 많게는 약 10만 명이 넘기도 한 것으로 추산된다.
        • 2020년 10월 22일,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건강 문제로 낙태를 결정하는 것은 생명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기형 태아 낙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발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성폭력, 근친상간, 또는 임산부의 생명이 위태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1993년 제정된 낙태금지법에서는 태아에게 심각한 장애가 발견되었을 경우, 성폭력, 근친상간, 또는 임산부의 생명이 위태한 경우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기존 낙태금지법 보다 낙태시술 허용 범위를 대폭 좁힌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이번 판결을 적용하면 작년 폴란드에서 합법적으로 실시된 낙태 시술 1,110여 건 중 98%는 불법에 해당된다. 폴란드에서 낙태가 행해지는 대부분의 사유는 임산부나 태아에게서 발견된 신체적 결함 또는 위험이다.
        • 폴란드는 가톨릭 교회의 영향이 사회 전반에 널리 미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가장 강력한 낙태 금지법을 가진 국가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여당이자 보수정당인 Prawo i Sprawiedliwo??(PIS, Law and Justice)에서 헌법재판소에 낙태금지법에 대한 위헌 심사를 청구하여 시작된 것으로,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다수가 여당에서 지명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낙태금지법도 이미 규제가 강력해서 폴란드 여성단체들에 따르면 매년 8~12만여 명의 폴란드 여성들이 암암리에, 또는 해외로 나가서 낙태 시술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종교와 관계없이 여성은 낙태를 택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전국에서 수많은 여성이 도로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으며, 젊은 세대 남성들의 지지와 연대도 점차 확산되면서 남성 참가자들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현재 폴란드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금지 차원에서 다수가 모여 집회를 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위 규모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확산되고 2주 넘게 이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들이 성당으로 진입하거나 점거하기도 했으며, 정부와 성당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또한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에게 돌을 던지고 제지선을 형성하고 있는 경찰들을 밀치면서 경찰에서 무력으로 진압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고, 낙태 규제를 찬성하는 극우단체에서 시위 참가자들을 공격하면서 시민들 간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 현재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주체인 폴란드 현지 여성단체 Ogólnopolski Strajk Kobiet (All-Polish Women’s Strike) 대표는 시위 현장에서 "이번 시위는 비단 낙태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 사회, 근본주의적 종교 국가, 그리고 여성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국가에게 반대하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일각에서는 이번 폴란드 대규모 시위가 낙태 관련 판결에 대한 반대로 점화되었지만 종교계의 정책 및 사회문화적 제도 전반에 대한 개입, 정부가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억압하고 특히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들이 함께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폴란드 정부에서는 2020년 11월 3일,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문서화하고 법적 발효되도록 거치는 절차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