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보건부, 경구용 임신 중절약 관련 규정 개정으로 복용허용 기간 연장 및 입원 불필요 명시
        등록일 2020-08-25

        이탈리아 보건부, 경구용 임신 중절약 관련 규정 개정으로

        복용허용 기간 연장 및 입원 불필요 명시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 2020년 8월 초, 이탈리아 보건부 로베르토 스페란자(Roberto Speranza) 장관은 경구용 임신중절약 사용에 관한 규정을 일부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감염병의 대확산으로 외출 및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경구용 임신중절약 제도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보다 커지기도 했다. 올해 들어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에 대거 투입되면서 병원들이 임신중절 시술을 연기하거나 아예 중지했기 때문이다.
        • 개정된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첫째, 복용허용 기간이 연장되었다. 카톨릭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1978년 낙태를 합법화했으며, 2009년에는 법적으로 임신 7주까지 경구용 임신중절약 복용을 허용했었다. 이번에 임신 9주까지로 그 복용허용 기간을 다소 연장한 것이다. 실제로는 여성들이 임신 7주가 되기 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꼭 입원해서 경구용 임신중절약을 처방 및 복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기존 이탈리아 제도 상으로는 임신 7주 이내에 병원에 3일간 입원해서 임신중절약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했다. 경구용 임신중절약 복용이 법적으로 가능하긴 하나, 이탈리아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약을 복용하여 임신중절을 한 경우는 18%정도에 그쳤다. 당일 시술도 가능하다고는 하나, 실제 20개 지역 중 5개 지역 정도에서만 외래환자 접수 및 시술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단체 및 여성의 낙태 선택을 옹호하는 지지자들은 기존 입원절차를 통한 임신중절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낙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들이 임신중절약을 복용하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는 약 10명중 7명 정도의 이탈리아 내 산부인과 의사가 가톨릭 종교상의 신념 등의 이유로 임신중절술을 거부하는 양심적 거부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앞으로 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은 외래환자로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약 30분 정도 병원에서 전반적인 상태를 검사 받게 된다. 그리고 신체적 및 심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임신중절약을 받아 귀가할 수 있게 된다. 이탈리아 보건부 측은 약 10여 년간의 경구용 임신중절약 복용 실태에 대한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입원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복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 인권관련 국제 비정부기구인 Human Rights Watch는 지난 5월부터 7월, 이탈리아 내 외과의사, 학계 전문가, 여성인권 운동가 등 17명, 그리고 임신중절 관련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했던 여성 5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제언을 담은 공식 서한을 이탈리아 보건부측에 제출하기도 했다. Human Rights Watch 측은 법적으로 임신중절이 합법화 되어 있으나, 현실에서는 많은 의사들이 임신중절을 거부하고, 여성들이 법적으로 허용하는 기간 내에 임신중절을 하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해야하고 심지어는 이웃국가로 원정 시술을 가야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 이번 경구용 임신중절약 지침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물론 적지 않다. 한 보수단체는 여성의 낙태권 반대를 주장하는 온라인 청원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런 이슈에 대해 보수적 성향을 가진 전문가 및 시민들은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한 반발이 거센 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개정된 제도가 이행되면서, 앞으로 이탈리아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지켜볼만 하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