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 개각, 성폭행 혐의 및 성차별적 언행 인사 포함되어 시민사회 반발 확산
        등록일 2020-08-14

        프랑스 정부 개각, 성폭행 혐의 및 성차별적 언행 인사 포함되어 시민사회 반발 확산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 2020년 7월 초,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이 내각 주요인사 교체를 전면적으로 추진했다. 그런데 내무장관 및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인물들이 성폭행 혐의 및 성차별적 언행으로 논란이 되면서, 프랑스에서는 주요 도시 곳곳에서 정부의 내각 인사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 당일, 파리 시청 앞에는 약 천여 명의 참가자가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 먼저 내무장관(Interior Minister)으로 임명된 제랄드 다르마냉(Gérald Darmanin)은 성폭력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이다. 피해자는 다르마냉이 우파 정당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노르드 주 의원(local councilor)이었던 2009년 당시 법률 조언을 받을 때 강압에 의한 성관계를 맺었다고 그를 고소했다. 다르마냉은 해당 혐의에 대해 강경하게 부인하면서 피해 여성을 무고죄로 맞고소하기도 했다.
        • 프랑스 검찰 측은 피해자가 공개 고소한 2018년 수사에 착수했으나,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였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면서 다르마냉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그러나 지난 6월, 프랑스 항소 법원에서는 검찰 측에 재수사를 명령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한 라디오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다르마냉은 유죄로 최종 판결을 받기까지 누구나 무죄로 추정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이전에 예산 담당 장관(budget minister)을 역임한 바 있는 다르마냉을 내무장관으로 임명하면서, 프랑스 정부 측에서는 수사 자체가 다르마냉을 내무장관으로 임명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이번 6월 재개된 항소심은 항소가 접수되어 법적 절차로 수사가 다시 시작된 것일 뿐, 다르마냉이 유죄라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그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 그리고 법무장관(Justice Minister)으로 임명된 에릭 듀퐁-모레티(Éric Dupond-Moretti)는 소위 스타 변호사 출신이다. 두 명의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공직자, 동료 선수의 성관계 영상을 볼모로 돈을 요구한 유명 축구선수, 위키리크스(Wikileaks)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를 변호한 것으로 유명하다. 듀퐁-모레티가 법무장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바로 그의 성차별적 발언 때문인데, 권력에 끌리는 여성들이 있다거나, 미투(#MeToo) 운동을 빌미로 여성들이 남자들 발목을 잡고 처형한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던 인물이다.
        • 듀퐁-모레티 법무장관 임명 이후 사회당(Socialist Party) 소속 국회의원 카롤린 드 아스(Caroline De Haas) 의원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구토가 나온다”라고 표현하며 매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로랑스 로시뇰(Laurence Rossignol) 전 상원의원은 이번 내무장관 및 법무장관 인사 임명은 그동안 성폭력과 성차별적 행위에 맞서 싸워온 모든 이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지난 7월 초, 프랑스 시민들과 여성단체들은 대규모 시위를 통해 이번 인사가 여성 인권 신장을 옹호하던 마크롱 정부의 노선과는 전면적으로 대치된다고 비판했다. 몇몇 프랑스 여성 단체들은 런던, 시드니, 베를린 등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임명 철회 시위를 개최하기도 했다. 프랑스 여성인권 분야 활동가들은 다르마냉이 주장하는‘무죄추정의 원칙’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무장관으로 임명되면서 해당 수사 및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곳곳에서 시위가 개최되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프랑스 정부는 다르마냉과 듀퐁-모레티 장관을 임명한 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도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고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수사가 재개된 다르마냉 장관의 경우, 항소심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자료>

        ■ Euronews(2020.07.10.), "Macron under pressure over appointment of new French Interior Minister accused of rape" ,https://www.euronews.com/2020/07/10/macron-under-pressure-over-appointment-of-new-french-interior-minister-accused-of-rape (접속일: 2020.08.09.) 
        ■ France 24(2020.07.11.), "Fury in France as protesters slam Macron’s choice of interior minister accused of rape" ,https://www.france24.com/en/20200711-fury-in-france-as-protesters-slam-macron-s-choice-of-interior-minister-accused-of-rape (접속일: 2020.08.09.)
        ■ The Local(2020.07.07.), "'I have to vomit': Why France's new justice minister is so controversial?" ,https://www.thelocal.fr/20200707/why-is-frances-new-justice-minister-eric-dupond-moretti-so-controversial (접속일: 202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