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해외통신원 10월 원고] 네덜란드
도심 길거리에 설치된 남성 화장실을 향해 시위한 여성들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지난 9월 23일, 네덜란드의 주요 다섯 도시(암스테르담, 아인트호벤, 하를렘, 로테르담, 위트레흐트)에서는 수백 명의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여성 친화적 공중화장실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형식은 길거리에서 소변을 보는 흉내를 냈다. 현재 법에 따르면, 길거리나 공공장소와 같은 곳에서 볼일을 보는 경우, 약 90유로(한화 약 12만 5천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한다.
일명 "Power to the Peepee" 라고도 불렸던 이 시위는 2015년 당시 23세의 헤이르테 피에닝(Geerte Piening)이라는 젊은 여성이 겪은 사건을 발단으로 한다. 이 여성은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여성용 공중화장실이 없어서 한참을 찾다가 부득이하게 길거리에서 볼일을 보던 중 경찰에게 발각되어 벌금을 문 적이 있는데, 소송을 제기한 결과 지난달 유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본 사건 판결에서 남성이었던 판사는 "남성용 소변기를 사용하는 게 불쾌할 수는 있지만 할 수는 있는 일이다."라고 언급하면서, 남성용 소변기가 있는 공공화장실을 썼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하지만 여론 대다수가 여성이 현실적으로 남성 소변기를 쓰긴 어렵다고 보고, 일부 여성들은 트위터 등과 같은 SNS를 통해 판사의 이런 발언을 몰지각하다고 보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한 여성 시민은 '심지어 그의 아내도 그걸 듣고 비웃었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너무 늦은 밤이어서 다른 가게들도 다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녀는 공공장소 곳곳에 남성용 소변기만 설치된 공공화장실들은 여성에겐 신체적으로 이용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을 본 시위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암스테르담 같이 관광도시로 알려진 곳에서, 여성이 쓸 수 있는 공중화장실이 거의 없다는건 황당한 현실이며, 본인의 사건이 거대한 여성주의 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은 의도한 바가 아니지만, 이 문제가 공론화 된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시위 당일 오후를 기준으로 온라인상에는 약 160여장 이상의 시위 퍼포먼스 사진들이 게시되었으며, 사진 일부는 '네덜란드 화장실 평등권(Urination Equality in the Netherlands)'라는 제목의 청원서와 함께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 장관(Minister for Education, Culture and Science)에게 제출될 예정이라고 한다. 암스테르담 중심가에는 현재 약 35개의 남성용 소변기가 설치된 공중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는 반면, 여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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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화장실은 3개에 불과하다.
이번 시위는 한 개인의 사건이 공중화장실 운영 현황이 얼마나 여성 친화적이지 않은지를 비판하는데 까지 발전한 사례이다. 이번 시위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시 당국이 성별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고 이에 맞춘 시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여성 시민들의 목소리가 표현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볼 수 있다.
[사진] 네덜란드 공중화장실 모습
출처: Dutch News NL에서 재인용
※ 참고자료
Dutch News (2017), "Toilet rights for women? Dutch woman fights fine for peeing in public," 2017년 9월 18일자, http://www.dutchnews.nl/news/archives/2017/09/dutch- woman- fights- fine- for- peeing- in- public/ (접속일자: 2017년 10월 25일) DW News, "Dutch women protest lack of female- friendly public toilets," 2017년 9월 23일자, http://www.dw.com/en/dutch- women- protest- lack- of- female- friendly- public- toilets/a- 40655098 (접속일자: 2017년 10월 25일) The Telegraph (2017), "Dutch 'sexism' row after woman is fined for urinating in public," 2017년 9월 20일자, http://www.telegraph.co.uk/news/2017/09/20/dutch- sexism- row- woman- fined- urinating- public/ (접속일자: 2017년 10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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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해외통신원 10월 원고] 영국
열차 내 여성 전용칸 제안을 둘러싼 논란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한국에서는 작년부터 부산에서 지하철 1호선 여성 전용칸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고,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회적 논의가 영국에서도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영국교통경찰청(British Transport Police)과 BBC Radio 5 Live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내 기차 및 런던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범죄(sexual offences)로 접수된 사건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2016- 2017년 기준 조사 결과 약 1,448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근 열차 내 여성 전용칸 찬반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하였다.
열차 내 여성 전용칸 도입은 노동당(Labour Party) 대표인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이 2015년 당대표 경선 운동 당시 제안하면서 공론화 된 이슈이다. 그 이후 최근에는 노동당 의원 크리스 윌리엄슨(Chris Williamson)이 여성 전용칸이 논의해봄직 한 제안이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불거져왔다. 이를 두고 심지어 해당 정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같은 노동당 소속의 스텔라 크리시(Stella Creasy) 의원은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여성들의 동선을 제한하는 것이 여성들을 결코 더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며, 오히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 공격(attack)을 정상적인 것처럼 만들어 나갈 뿐이다." 라고 그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여성 전용칸 도입을 비판하는 측의 주장은 여성 전용칸이 대중교통을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성을 분리시켜버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전 교통부 장관(Secretary of State for Transport)이었던 로드 아도니스(Lord Adonis)는 BBC Radio 5 Live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전용칸 방안은 "그야말로 미친 발상(absolutely crazy idea)"라고 묘사하면서 여성들이 오히려 "모욕적으로(insulting)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도 있다.
또한 노동당 제스 필립스(Jess Phillips)의원은 영국 일간지인 i News에 논평 기고를 통해 본인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녀가 여성 전용칸을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로는 "여성들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는 좋은 취지는 이해하나, 지난 몇 십년간 여성들이 성범죄를 일으킬만한 행동을 했다는, 여성을 비난하는 발상을 넘어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여성들은 옷차림을 단정히 해라, 적당히 술을 마셔라 등등 들어왔다. 얼핏 보면 맞는 말 같지만, 남성들에게 성적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가르치기 보다는 여성이 어떻게 해야 그 범죄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문화였다. 가해자 보다는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온 것이다." 라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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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또한, 여성 전용칸을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로서 “여성을 더듬거나 추행하는 등의 행위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다르거나(other) 낮다고(lesser) 보는 경향에서 비롯되기도 하는데, 여성을 분리하여 다른 열차 칸에 태우게 하는 것은 여성이 남성과 다른 급(a different class of people)이라고 여기는 생각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지 Metro에 따르면, 시장여론조사 전문기관 YouGov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약 3,000여 명 중 여성 전용칸 도입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찬성한 비율은 4명중 1명꼴로, 약 23%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반면 58%의 응답자가 여성 전용칸 도입은 그릇된 제안이며, 남성들이 성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 먼저 이를 알아서 피해야한다라는 그릇된 방식을 내재하고 있다고 보았다. 남녀 비율에 있어서는 여성 전용칸 도입에 찬성한 응답자에서 여성의 비율이 보다 높았다. 그리고 연령에 있어서는 65세 이상 응답자의 37%가 찬성한 반면, 18- 24세 응답자에서는 45%가 반대, 13%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비판과 논란이 계속 가열되자, 결국 초기에 제안했던 노동당 대표 제레미 코빈 마저 시민들이 원하지 않으니 더 이상 이를 제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영국의 지하철에서 여성 전용칸을 만나게 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 참고자료
BBC News (2017), "Labour MP says 'merit' in women- only train carriages," 2017년 8월 23일자, http://www.bbc.com/news/uk- politics- 41020179 (접속일자: 2017년 10월 21일) Harley Tamplin (2017), "One in four Brits think our trains should have women- only carriages," Metro 2017년 8월 23일자, http://metro.co.uk/2017/08/23/one- in- four- brits- think- our- trains- should- have- women- only- carriages- 6874097/#ixzz4sb1WTiwp (접속일자: 2017년 10월 21일) Jess Phillips (2017), "Women don’t need segregated train carriages – we need to be believed," i News 2017년 8월 23일자, https://inews.co.uk/opinion/comment/women- dont- need- segregated- train- carriages- need- believed/ (접속일자: 2017년 10월 21일) Telegraph (2017), "Jeremy Corbyn says no to women- only carriages on trains because 'people don't want them'," 2017년 8월 24일자, http://www.telegraph.co.uk/news/2017/08/24/jeremy- corbyn- says- no- women- only- carriages- trains- people- dont/ (접속일자: 2017년 10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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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해외통신원 10월 원고] 독일
유럽 성 평등 지수, ‘스웨덴’ 가장 높고 ‘그리스’ 가장 낮아
채혜원 독일 해외통신원
유럽에서 남녀는 어느 정도 동등한가. 유럽양성평등연구소(EIGE)에서 실시한 ‘성 평등에 관한 EU 연구(EU- Studie zu Gender Equality)’ 결과에 따르면, 28개 EU 회원국 간 성 평등 지수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Arbeit)’, ‘돈(Geld)’,‘지식(Wissen)’, ‘시간(Zeit)’, ‘권력(Macht)’, ‘건강(Gesundheit)’ 등 다섯 가지 기준을 토대로 0점부터 100점까지 평가해 지수를 개발한 결과, 스웨덴과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높게 나타나고 동유럽의 성 평등 지수는 낮았다.
28개 EU 회원국 중 ‘스웨덴’이 82.6으로 가장 높았고 ‘덴마크(76.8)’, ‘핀란드(73)’ 순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네덜란드(72.9)’와 ‘프랑스(72.6)’, ‘영국(71.5)’ 순으로 성 평등 지수가 높았다. 벨기에도 70.5로 높게 나타났다. EU 평균은 66.2였으며, 이에 근접한 국가로는 ‘독일(65.5)’, ‘오스트리아(63.3)’, ‘이탈리아(62.1)’가 있다. 반면 ‘폴란드(56.8)’, ‘체코(53.6)’, ‘루마니아(52.4)’ 등 동유럽의 성 평등 지수가 낮게 나타났으며, 이중 ‘그리스(50)’가 가장 낮았다.
유럽양성평등연구소(EIGE)는 이번 유럽 성 평등 지수 결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2005년과 2015년 사이 거의 모든 EU 국가들이 진전을 보이긴 했지만, 미비하기 때문이다. 성 평등 지수는 62에서 66.2로 상승했다. 연구진들은 “성 평등에 이르는 과정에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며 “지난 10년 동안 진전이 거의 없어 모든 회원국들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 평등 지수 개발의 분석 요인인 ‘일(Arbeit)’, ‘돈(Geld)’, ‘지식(Wissen)’, ‘시간(Zeit)’, ‘권력(Macht)’, ‘건강(Gesundheit)’ 중 가장 큰 격차를 보인 분야는 ‘돈(Geld)’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남녀 임금격차(Gehalts- Lücke)’인데 EU 국가들의 평균은 20.4%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녀 임금격차가 제일 적은 국가는 ‘룩셈부르크(5.6%)’였으며 ‘스웨덴’과 ‘벨기에’ 12.5%, ‘네덜란드’ 13.2%, ‘덴마크’ 13.4%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루마니아가 40.6%로 가장 격차가 심한 국가였으며 불가리아 38.1%, 리투아니아 34.4%, 크로아티아 30.1%로 동유럽의 남녀 임금격차가 북유럽의 3배 이상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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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독일은 15.8%였으며, 이는 기존에 발표된 17.1%(경제협력개발기구 2012~2015년 기준 국가별 성별 임금격차 통계 자료)에 비해 줄어든 결과다. 이와 관련해 독일 내 자료는 좀 더 큰 남녀 임금격차를 보인다. 독일의 중부 도시 비스바덴(Wiesbaden)의 통계청(Das Statistische Bundesamt) 자료에 의하면 독일의 남녀 임금격차가 21%(2016년 기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언론 도이치벨레(Deutsche Welle, DW)는 “EU 국가의 남녀 임금격차는 20%로 나타났는데 이 격차는 특히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어머니일 경우에는 두 배로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며 “더욱이 이 문제는 노인 빈곤으로 이어져 연금 격차 역시 40%에 이르게 된다.”고 보도했다.
※ 참고자료
독일 도이치벨레(DW) News (2017년 10월 11일 자) 보다 자세히 보고 싶으시면... Gender Equality Index 2017(유럽양성평등연구소(EIGE)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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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해외통신원 10월 원고] 독일
독일 새 의회 여성 비율, 31%로 크게 퇴보
채혜원 독일 해외통신원
2017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 결과, 새로운 독일 연방의회(Bundestag)의 여성 당선자 비율은 19년 전보다 낮은 31%로, 명백한 퇴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비율은 1998년만큼 낮은 수치이며, 지난 의회의 여성 의원 비율인 37.1%보다 감소한 결과다.
이번 독일 총선 결과 연방의회 의석수는 111개가 늘어난 총 709석이 됐으며, 이중 남성 의원은 491석, 여성의원은 218석을 차지했다. 독일 연방하원인 ‘분데스탁(Bundestag)’은 독일 정치 기관 중 유일하게 국민의 투표로 의원을 선출하는 기관이다.
독일연방선거관리위원회(Bundeswahlleiter) 자료에 따르면, 이번 의회 선거 유권자 중 여성은 3,170만 명, 남성 2,980만 명이었다. 여성 유권자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의원 비율이 여전히 낮은 것일까. ‘허핑턴포스트 독일(www.huffingtonpost.de)’은 그 이유를 오래되고 갇혀있는 정치구조를 여전히 반영하고 있는 정당에서 찾았다.
특히 독일 정당 중 남성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두 정당, 독일 극우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 Alternative für Deutschland)’와 ‘자유민주당(FDP, Freie Demokraten)’에 책임을 물었다. ‘자유민주당(FDP)’은 남성 의원 62석, 여성 의원으로 18석으로 의회를 구성했으며 ‘AfD’는 83명의 남성의원에 비해 크게 적은 11명의 여성 의원이 의회에 진출했다.
상황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성 197석에 비해 크게 적은 49석만이 여성에게 할당됐다. 여성 비율이 20%를 넘긴 정당은 단 세 곳, 사회민주당(SPD, 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42%, 좌파당(Linken) 54%, 녹색당(Grünen) 58%다.
이 같은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당내의 여성 할당제(Quote)’ 때문이다. 독일의 여성 정치참여는 정당에서 자발적으로 운영 중인 여성 할당제에 의존하고 있다. 1986년 녹색당이 처음으로 여성 할당제 50%를 도입했으며 사회민주당은 1988년 40% 할당제를, 좌파당은 2011년부터 50% 할당제를 도입했다. 기독민주당은 1996년부터 30% 여성 할당제를 도입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며, 자유민주당과 AfD는 여전히 여성 할당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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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독일 연방의회 여성 비율을 살펴보면, 제1대 연방의회(1949년- 1953년)의 여성 비율은 6.8%였다. 1972년부터 1976년까지 열린 제7대 연방의회 여성비율은 5.8%로 오히려 낮아졌다. 이후 여성 의원 비율은 느리게 상승해 1987년에서 1990년 사이 15.4%로, 1998년 이래로는 30% 이상을 유지해왔다.
‘허핑턴포스트 독일’은 “독일 연방의회의 여성비율이 여전히 낮은 것은 독일 정치 구조 전반적으로 여전히 남성이 우세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의회뿐만 아니라 독일 도시의 여성 시장 비율은 8.2%에 그치고 있다.
현재 여성계에서는 모든 정당에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 의원이 활동할 수 있는 ‘남녀평등 실현을 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의회 내 여성 비율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법안 도입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슬로베니아, 폴란드, 아일랜드, 그리스 등 총 8개 유럽 국가에는 이미 관련 법안이 시행 중이다.
한편 유럽연합집행위원회(Die EU- Kommission)는 2013년부터 비민주적인 EU 회원국의 남녀 불평등한 정치 구조를 강하게 비판해왔으며, 각 회원국의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역에서는 변호사, 여성계 등이 모여 모든 의회의 절반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할당제를 주장하며 바이에른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 참고자료
독일 허핑턴포스트 (2017년 9월 25일자) http://www.huffingtonpost.de/2017/09/25/weniger- frauen- im- neuen- bundestag_n_18095616.html 독일 도이치벨레 뉴스 (2017년 9월 29일 자) http://www.dw.com/en/percentage- of- female- bundestag- deputies- hits- a- 19- year- low/a- 407115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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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해외통신원 10월 원고] 캐나다
캐나다의 성 기반 플러스 분석 (GBA+: Gender- Based Analysis Plus)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인권과 평등, 다양성 측면으로 보면, 캐나다는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최근 난민을 대량 수용하고 캐나다 원주민 여성에 관한 이슈를 유엔 연설에서 굳이 언급하는 트뤼도 (Justin Trudeau) 수상에 대하여 캐나다 내에서 캐나다가 지나치게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되고는 있으나, 캐나다의 각종 정책을 살펴보면 그러한 움직임들이 비단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의 구현 과정임을 실감할 수 있다. 오늘은 캐나다 정부가 어떻게 인권과 평등, 다양성과 같은 가치들을 실제 정책 과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지를 GBA+(Gender- Based Analysis Plus)라 불리는 정책도구를 통해 간단히 살펴보자.
GBA+ 는 원래 남성과 여성 간 양성평등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정책 분석 도구인GBA (Gender- Based Analysis)에서 출발하였다. 1995년 UN 제 4차 세계 여성회의 (World Conference on Women)을 기점으로 캐나다 정부는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하여 입법, 정책, 정부 프로그램에 관한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해당 정책이 남성과 여성에게 가져올 상이한 효과(gender–specific impact)를 분석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성 인지적 정책 분석도구를 정부 차원에서 확립한 것이 GBA이다. 이후 GBA는 GBA+로 발전하였는데, GBA+의 플러스(+)는 교차이론적 접근( intersectional approach)을 취하기 때문에 단순히 남과 여, 양성을 인지하는 GBA를 넘어서 다양한 정체성 요소들(identity factors), 예컨대 인종, 민족, 종교, 나이, 신체나 정신적 장애 여부 등을 정책 분석 과정에 고려하는 것이다. 때문에 캐나다 여성부는 공식 문서에서 양성평등이라는 표현 대신 젠더 평등이라는 표현을, 남성과 여성이라는 표현 대신에 남성, 여성, LGBTQ2 그리고 non- binary gender people 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 캐나다 여성부 (Status of Women Canada)는 연방 및 주정부 기관들에 이러한 GBA+를 보급하는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부가 무엇이 GBA+인지에 대한 인식 고양과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 훈련을 담당한다면 개별 정부부처들은 정책을 개발할 때 GBA+ 직접 시행하는 것이다. 또한 감사기관은 정부부처들이 정책 개발 단계에서 충분히 GBA+를 고려하였는지, 이에 사용된 데이터의 적절성, 분석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문제점을 정부부처에 보고하면 해당 부처는 이를 어떻게 개선 할 것인지 답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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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A+가 단순히 여성 관련 정책, 예컨대 가족이나 아동, 청소년 정책 등에 한정하여 수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GBA+ 분석이 정책 개발에 기여한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원주민 북부 개발부 (Aboriginal Affairs and Northern Development Canada: AANDC)의 가정폭력 방지 프로그램 (Family Violence Prevention Program) 을 들 수 있을 것이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의 개요는 보호구역 (reserves)에 거주하는 캐나다 원주민 여성과 아동을 가정폭력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해당 부서가 지역의 쉼터들을 지원하면서 가정 폭력에 대한 인식을 고양하고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피해 여성과 아동에 대한 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이 프로그램에 대한 GBA는 가정폭력을 목격한 소년들과 남성들이 후에 가정폭력을 저지르거나 피해자가 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쉼터들이 여성과 아동만을 타깃으로 하고 남성들을 배제하는 정책 관행에 대한 한계점을 드러냈다. 이러한 분석에 근거해 AANDC 는 가정폭력의 문제를 단순히 여성과 아동의 문제에서 보는 접근법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2012년 “여성과 소녀들에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남성과 소년들의 행동 (Engaging Men and Boys in Ending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처럼 GBA+는 현안에 대한 접근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분석도구라 할 수 있다. 또한 GBA+ 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들이 보다 정교한 성인지적 데이터를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더욱더 정교한 데이터 수집을 하게 되는 부차적인 효과도 있다.
Status of Women Canada, “Gender- Based Analysis Plus” http://www.swc- cfc.gc.ca/gba- acs/index- en.html Office of the Auditor General of Canada, “2015 Fall Report of the Auditor General of Canada” http://www.oag- bvg.gc.ca/internet/English/parl_oag_201602_01_e_41058.html Status of Women Canada, Privy Council Office and Treasury Board of Canada Secretariat, “Action Plan on Gender- based Analysis (2016- 2020)” http://www.swc- cfc.gc.ca/gba- acs/plan- action- 2016- en.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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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해외통신원 10월 원고] 캐나다
Bill 62와 여성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오늘은 최근 캐나다 사회에서 논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퀘백주의 새로운 정책을 소개 하고 이 정책을 어떻게 캐나다 사회가 젠더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10월 18일 퀘백 주의회는 공무원, 그리고 공공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그들의 얼굴을 가리지 못하게 하는 법안 Bill 62 를 통과시켰다. 새 법안은 퀘백 주의 종교적 중립성 (religious neutrality) 을 수호하고자 하는 그 목적을 천명하면서, 공공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서비스를 받는 장소, 예컨대 관공서, 병원이나 버스에서는 베일로 얼굴을 가릴 수 없도록 규정 하고 있다. 무슬림 남성들은 터번을 착용할 뿐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법안은 무슬림 인구, 정확히 말 해 종교적 혹은 문화적인 이유로 얼굴 일부나 전체를 가리는 니캅(niqab) 이나 부르카 (burqa)를 착용하는 여성들을 타켓으로 하는 것이다.
퀘백주는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이 정착한 지역으로서, 영국계 정착민들이 지배하는 캐나다로부터 분리 독립을 하겠다는 움직임이 80년대 까지도 거셌다. 퀘백의 프랑스계 주민들은 불어를 비롯한 프랑스의 문화적 전통과 정치적 세속주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자신들의 독특한 공동체를 유지하려 노력 해 왔는데, 최근 캐나다로 유입되는 무슬림 이민자들의 약 70퍼센트가 퀘백으로 집중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번 Bill 62는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의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과 위기감이 누적되었다가 분출된 결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해당 법안에 대한 캐나다 사회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퀘백주의 몬트리올의 경우 시정부가 해당 법안을 거부 하고 있고 여론 또한 비판적이다. 여론의 비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천 번째는 기본권에 초점을 둔 비판이다. 즉, 해당법이종교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함으로써 캐나다 헌법과 인권헌장에 반한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 반응은 해당 법안을 젠더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즉, Bill 62는 단순히 다문화나 이민자들에 관한 이슈라기보다는 어떻게 캐나다 사회에서 여성의 몸이 정치적 상징 투쟁에 이용되는가, 또한 이 과정에서 어떻게 여성이 타자화 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비판이다. 이 관점은 캐나다를 비롯한 서구 사회가 베일을 쓴 무슬림여성을 어떻게 그들의 왜곡된 시각에서 이해하는지 에서부터 비판을 시작한다. 다양성을 국가의 강점으로 생각하는 이민자의 나라인 캐나다의 모든 도시에서 베일을 착용한 여성을 보는 것은 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여성들을 보는 캐나다인들의 시선은 서구 남성의 왜곡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캐나다 사회에서 무슬림 여성은 얼굴을 베일로 가린 이국적인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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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아니면 가부장적 종교에 억압된 여성 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로 대표되며, 이렇게 타자화된 무슬림 여성들은 손쉽게 캐나다 사회에 동화되기를 거부하는 무슬림 커뮤니티의 상징 그 자체가 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 할 때는 얼굴을 가릴 수 있지만 의사를 만날 때는 얼굴을 가릴 수 없으며 버스를 탑승할 때 조차 얼굴을 보였다가 좌석에 앉은 후 다시 베일을 착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매우 세세하게 여성의 행동을 규제하는 Bill 62 는 따라서 이민자 통합의 문제라기 보다는 어떻게 국가가 서구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선택권을 빼앗고 여성의 몸을 규율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이다.
Bill 62가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캐나다 수상 저스틴 트뤼도 (Jutin Trudeau) 또한 여성의 무엇을 입는지는 정부가 상관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퀘백 주정부는 사안을 종교적 중립성의 문제로 포장하려 했지만 수상은 이를 여성의 문제로 보면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Bill 62를 둘러싼 시민사회 내의 논쟁과 연방, 주 정부 사이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The Globe and Mail, How Will Quebec’s Bill 62 works? What we know (and don’t) so far Toronto Star, Talk to the veiled woman and let der decide The Star, Quebec’s face- covering bill unites rivals who together question the government’s competence: Hébert (https://www.thestar.com/news/canada/2017/10/25/quebecs- face- covering- bill- unites- rivals- who- together- question- the- governments- competence- hbert.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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